LS그룹이 오너가 3세를 대거 승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구자은 LS그룹 회장에 이은 차기 총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LS그룹이 최근 단행한 ‘2025년 임원 인사’에 따르면 오너 3세들이 대거 승진한 점이 눈길을 끈다.
먼저 故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대표가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예스코홀딩스는 도시가스 사업이 주력인 예스코의 지주사다.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의 장남 구동휘 LS MnM 부사장은 LS MnM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다.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 외아들인 구본권 LS MnM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오너 3세 대거 승진
예스코홀딩스 구본혁 부회장 자리 꿰차
이번 인사를 계기로 LS그룹 오너가 3세의 차기 총수 경쟁이 점차 달아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S그룹 모태는 LG산전, LG전선, LG니꼬동제련 등이다. 2003년 구인회 LG그룹 창업회장의 셋째, 넷째, 다섯째 동생인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구평회 E1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등 이른바 ‘태평두’ 삼 형제가 계열 분리를 통해 ‘LG전선그룹’을 출범시켰다. 2004년 구태회 명예회장 장남 구자홍 회장이 취임했고, 2005년 3월에는 그룹명을 LS로 변경했다. ‘리딩 솔루션(Leading Solution)’의 영문 첫 글자를 땄다. 이들은 9년 주기로 오너 2세가 순차적으로 회장을 맡는 ‘사촌 경영’ 전통을 이어가는 중이다.
초대회장인 故 구자홍 회장은 2004년부터 2012년까지 그룹을 이끈 후 2013년 구자열 회장에게 총수 자리를 물려줬다. 구자열 회장은 9년 동안 회장직을 맡은 뒤 2022년 구자은 현 회장에게 넘겼다. 2031년까지 그룹을 이끌 구자은 회장은 故 구두회 명예회장의 1남 3녀 중 장남이다. 아직 시간이 꽤 남았지만 벌써부터 차기 총수 경쟁이 후끈 달아오른 모습이다.
이번 인사로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신임 부회장이다. 오너 3세 중 처음으로 부회장 타이틀을 달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뚜렷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구본혁 부회장이 이끄는 예스코홀딩스는 당초 도시가스 업체인 예스코 등을 자회사로 둔 순수 지주사였다. 하지만 그가 2021년 대표이사로 부임한 이후 본업에 ‘투자’를 추가했다. 이후 예스코홀딩스는 대신증권과 맥쿼리인프라, 우리벤처파트너스 등에 지분 투자를 해 배당수익을 꾸준히 늘려왔다. 예스코홀딩스 배당금 수익은 2019년 152억원에서 2020년 210억원, 2022년 298억원, 지난해 423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다.
실적도 괜찮다. 예스코홀딩스는 도시가스 소매 공급비용 인상 등의 효과로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575억원으로 전년 대비 3838% 증가했다. 구본혁 사장이 부회장 자리를 꿰찬 것은 일반 지주사였던 예스코홀딩스를 투자형 지주사로 성공적으로 전환하고 실적 상승세를 이끈 덕분이다.
구본혁 신임 부회장은 1977년생으로 LS 3세 경영인 중 최연장자다. 경복고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 UCLA에서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마쳤다.
LS그룹에 합류한 시기는 2003년이다. LS전선에서 경영 수업을 받은 후 예스코홀딩스로 자리를 옮기고 점차 경영 보폭을 넓히기 시작했다. 2021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3세 경영인 중 직급으로 가장 앞서 나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이사 타이틀 역시 가장 먼저 달았다. 구본혁 신임 부회장 주도 아래 예스코홀딩스는 2030년까지 자산운용 규모 1조원, 기업가치 1조원 달성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추진할 계획이다.

CEO 오른 구동휘 LS MnM 대표
배터리 소재 사업 이끈다
이번 인사로 LS MnM CEO 자리에 오른 구동휘 대표 역시 LS그룹 차기 총수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이다.
1982년생인 구 대표는 미국 센터너리대를 졸업하고 2012년 우리투자증권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13년 LS일렉트릭 경영전략실 차장을 맡으며 LS그룹에 합류했다. 구본혁 부회장(2003년)과 비교하면 경영 수업을 시작한 시기가 한참 늦었다. 이후 LS일렉트릭 전력국내사업부장(이사), ㈜LS 밸류매니지먼트 부문장(상무), E1 COO(전무), LS일렉트릭 비전경영총괄 부사장 등 계열사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LS MnM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으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의 장남인 그는 다른 오너 3세와 달리 ㈜LS 근무 경험을 갖춘 점이 눈길을 끈다. 재계에서는 구 대표가 LS그룹의 전력 인프라 사업 밸류체인(가치사슬)의 첫 단추이자 현금 창출원 역할을 하는 LS MnM CEO 자리에 오른 만큼 점차 경영 보폭을 넓힐 것으로 내다본다.
LS MnM은 국내 유일의 동제련소를 운영하는 업체다. 2022년 ㈜LS가 LS MnM의 2대 주주인 일본 JKJS 컨소시엄 보유 지분을 인수해 100% 지분을 확보하며, 사명을 LS니꼬동제련에서 LS MnM으로 변경했다.
그는 LS MnM 경영을 이끌며 배터리 소재 사업 육성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향후 LS그룹 ‘비전 2030’의 핵심 신사업인 배전반(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중 배터리 소재 분야를 주도적으로 이끌 예정이다.
이미 준비 작업은 마쳤다. LS와 엘앤에프의 합작법인 ‘LS-엘앤에프 배터리솔루션(LLBS)’이 올 상반기 설립 승인을 받아 지주사 ㈜LS의 자회사가 됐다. LLBS는 전북 새만금산업단지 5공구(33만8000㎡) 부지에 전구체 공장을 착공하고 2026년 초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전구체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섞어 만든 화합물이다. 전구체에 리튬을 더해 배터리 양극재를 만드는 구조다. 양극재는 다시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과 함께 2차전지 핵심 소재로 사용돼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간다.
이번 합작사 설립을 계기로 배터리 소재 산업 밸류체인 구축 기대가 크다. LS그룹 비철금속 계열사인 LS MnM이 제련 과정의 부산물, 공정 스크랩 리사이클링 등을 통해 생산한 황산니켈을 LLBS에 공급하는 덕분이다. 엘앤에프는 합작사가 생산한 전구체를 공급받아 2차전지 양극재를 생산하면서 황산니켈 → 전구체 → 양극재로 이어지는 구조다.
LS MnM은 지난해 2차전지 소재 사업에 1조8300억원을 투자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내놨다. 2027년 울산에서 황산니켈 2만2000t을 비롯한 전구체 소재 생산을 시작하고, 2029년부터는 새만금에서 황산니켈 4만t과 전구체 소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전기차 130만대에 들어가는 전구체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신성장동력을 장착한 LS MnM은 2027년까지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예정이다. LS 관계자는 “2차전지 양극재 핵심 소재를 생산할 EVBM(Electric Vehicle Battery Materials)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구동휘 부사장을 CEO로 선임했다. LS그룹 ‘비전 2030’의 핵심 신사업인 배터리 소재 분야를 주도적으로 이끌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회장 자리를 꿰찬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대표와 비교해 아직까지 사장 자리에 오르지 못한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구 대표는 사장 승진 없이 부사장 직위로 CEO 직무를 맡는다. LS MnM 실적이 하락세인 점도 변수다. 지난해 LS MnM 매출은 10조1547억원으로 전년 대비 6.7% 줄었고, 영업이익은 52.2% 급감한 2461억원 수준이다. 전기차 ‘캐즘’으로 배터리 소재 사업 성장세가 더딘 만큼 기대만큼 수익을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LS전선 구본규 ‘다크호스’
실적 상승세 이끌어…매출 10조 목표
이번 인사 명단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LS그룹 내에서 가장 활발한 경영 활동을 펼치는 오너 3세로 구본규 LS전선 사장을 빼놓을 수 없다. 구자엽 LS전선 회장 장남인 구본규 사장은 1979년생으로 미국 퍼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 LS전선 미국법인에 입사한 후 차근차근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2010년 LS일렉트릭 자동화 아시아퍼시픽 영업팀장, 2019년 LS엠트론 경영관리 최고운영책임자(COO), 2021년 LS엠트론 CEO를 거쳐 2022년 초 LS전선 CEO(부사장)를 맡았다. 그해 말에는 사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LS 측은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 환경 속에서도 강한 추진력으로 사업 성과를 창출했다”고 승진 배경을 밝혔다.
구본규 사장이 경영을 맡은 이후 LS전선 실적은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구 사장 취임 전인 2021년 LS전선 매출은 5조8500억원에 그쳤지만 지난해 6조2171억원으로 뛰었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2325억원으로 전년 대비 60%가량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세를 몰아 구 사장은 ‘밸류업 데이’ 행사에서 “2030년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매출(6조2171억원)보다 60% 이상 높은 공격적인 수치다. 매출 10조원 달성을 위한 히든카드로 초고압 직류 송전(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 케이블과 데이터센터 솔루션 사업을 앞세웠다.
HVDC 케이블은 LS전선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HVDC 케이블은 교류(AC) 케이블보다 대용량 전류를 멀리 보낼 수 있고 손실률도 낮다. 글로벌 시장 장거리 송전망, 해상풍력 투자로 HVDC 케이블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매출 전망이 밝다.
LS전선은 HVDC 케이블과 함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한 솔루션을 앞세웠다. AI 데이터센터는 기가와트(GW) 단위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효율적인 전력 설비가 필수다. 데이터센터는 일반 시스템처리장치(CPU) 서버에 비해 필요한 전력이 5~10배 늘어난다.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를 안정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전력 케이블 집적도가 올라가야 한다는 의미다. LS전선의 초전도 케이블은 기존 방식에 비해 열 발생, 전력 손실이 덜해 발전소와 데이터센터를 잇는 프로젝트에서 효율적으로 활용된다.
이처럼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부회장, 구본규 LS전선 사장, 구동휘 LS MnM 대표 등 3인방의 후계 경쟁이 후끈 달아오른 가운데, 지분 구도를 보면 구동휘 대표가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동휘 대표가 보유한 지주사 ㈜LS 지분은 2.99%로, 최대주주 구자은 회장(3.63%)에 이은 2대 주주다. 구본혁 부회장 1.28%, 구본규 사장이 1.16%로 뒤를 잇는다.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구본권 MnM 부사장은 지분이 0.39%에 그친다.
“LS그룹 3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경영 능력 검증 작업이 한층 빨라질 것이다. 미중 무역 전쟁에 비상계엄 사태까지 겹쳐 내년 경영 여건이 한 치 앞을 모르는 안갯속에 빠진 상황에서 이들이 맡는 계열사 성적표가 승계 작업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 귀띔이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8호 (2024.12.11~2024.12.17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