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가 한국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제치고 지난 3분기 글로벌 전기차 시장 매출 1위를 기록한 브랜드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브랜드의 상륙 소식에 국내 자동차 시장은 벌써부터 긴장감이 감돈다. 1990년대 배터리 회사로 시작해 2000년대 처음 자동차 사업에 진출한 회사가 30년 만에 글로벌 전기차 시장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을 살펴본다.

테슬라 제치고 전기차 선두로
판매량 이어 매출 추월
지난 1995년 배터리 회사로 출발한 BYD는 2003년 중국 친촨자동차를 인수하며 처음으로 자동차 사업에 진출했다. 2005년 최초 소형 자동차 ‘F3’를 선보였으며, 2008년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로부터 약 2억30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은 뒤 성장을 가속화했다. 이후에는 자동차뿐 아니라 전기지게차와 전기버스, 철도운송 시장까지 진출하며 사업 영역을 넓혔다. 2020년 리튬·인산·철(LFP) 기반의 블레이드 배터리를 선보였으며, 이후 전기차 전용 e-플랫폼 3.0, 셀투보디(CTB) 등 신기술을 개발해 배터리부터 완성차를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특히 지난 2022년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최초로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을 선언한 뒤 성장세가 가파르다. 2022년 매출 4241억위안(약 82조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96% 성장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 6023억위안(약 116조원)으로 1년 만에 42% 성장을 일궈냈다. 지난 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2011억위안(약 39조원)의 매출을 올려 같은 기간 매출 252억달러(약 35조원)를 달성한 테슬라를 제쳤다. BYD가 분기 전기차 판매량에서 테슬라를 앞선 적은 있지만 매출을 추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분기까지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약 261만대로 점유율 2위인 테슬라(약 129만대)의 두 배가 넘는다.
중국은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빠른 국가에 속한다. 지난해 중국에서 신규 등록된 전체 차량 중 약 34%가 순수전기차다. 그마저도 중국산 브랜드 차량 비중이 압도적이다. 중국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덕분이다. 신윤철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중국 시장의 판매량 상위 10개 전기차 모델을 보면 BYD와 테슬라가 경쟁사를 압도하는 구조”라며 “지난 2022년까지만 해도 판매량 상위 10개 차종에 폭스바겐, 토요타 등 해외 브랜드가 다수 포함돼 있었으나 점차 순위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BYD는 중국 시장에서 강력한 점유율을 바탕으로 이제 글로벌 영향력을 본격적으로 넓히는 수순에 돌입했다. 특히 최근 해외 공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중이다. 현재 중국뿐 아니라 태국, 브라질, 헝가리,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5개 국가에 완성차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거나 완공했다. 미국 외 독일, 중국, 멕시코 등 3개 지역에서 공장을 짓는 테슬라와 비교해도 한참 빠른 속도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재선에 성공하며 BYD의 해외 진출에 불확실성이 켜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때부터 높은 관세를 예고했다. 특히 중국 제품에는 무려 60% 관세를 물리겠다고 큰소리쳤다. 이를 피하기 위해 중국 업체들은 중국산이 아닌 다른 나라 제품으로 인정받기 위해 여러 나라에 공장을 설립하고 있지만, 이런 우회조차 앞으로는 쉽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는 지난 9월 대선 유세에서 “만약 중국 자동차 업체가 멕시코에 설립한 공장에서 차를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오면 200% 이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멕시코에 BYD 공장 설립을 진행 중이던 BYD와 멕시코는 난감해진 상황이다. BYD는 지난해 말부터 멕시코 북부 또는 중부 자동차 산업단지 근처에 공장 건설을 구상했으나, 트럼프가 예고한 대로 관세 폭탄을 맞게 되면 멕시코 공장 설립이 의미가 없어진다. 관세를 내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하지만, 현재 미중 관계를 고려하면 이는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진단이다.
그럼에도 BYD는 해외 공장 확대에는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BYD 관계자는 “해외 공장 설립은 글로벌 회사로서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자동화율 87% 육박
1분에 차체 1대 ‘뚝딱’
BYD의 제1경쟁력은 가성비다. BYD가 배터리를 자급하는 덕분에 가능한 전략이다. 전 세계에서 배터리와 완성차를 모두 직접 제조하는 업체는 BYD가 유일하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에 본사를 둔 BYD는 선전과 충칭 등 중국 각지에 공장을 두고 있다. BYD 관계자는 “중국 각지에 위치한 공장에서 전기차 타이어와 유리 빼고 다 BYD가 직접 만든다고 보면 된다”고 소개했다.
지난 11월 19일 방문한 중국 선전시 선산 공장은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BYD가 250억위안(약 4조8397억원)을 투자해 완공한 제조 시설이다. 이곳에서는 58초마다 차체 1대가 만들어지며, 연간 40만대 전기차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처럼 빠른 생산이 가능한 비결은 자동화다. 회사에 따르면 선산 공장에는 약 1740대 로봇 장비가 구비돼 있으며, 생산 공정 자동화율은 87%에 육박한다.
먼저 둘러본 스탬핑 공장에서는 최대 2500t 힘을 가진 유압 프레스가 차 문과 범퍼 등 차량 외관과 골격을 초 단위로 찍어내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프레스가 만들어낸 차량 부품은 1층부터 3층까지 이어진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다음 공정으로 이동한다.
이어 둘러본 용접 공장에서는 정밀 전자제품에 주로 활용하는 레이저 용접이 이뤄진다. 스탬핑 공정을 통해 나온 각종 부품이 ‘로봇 팔’을 거치며 차량 형태를 갖춰갔다. 이 공장에서 활용하는 레이저 용접은 아르곤 용접과 비교해 열이 퍼지는 범위가 좁고 강해 보다 정밀한 작업이 가능하다. 차체 한 개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약 669개 부품을 용접해야 하는데, 이 공장에서 용접 오차는 최대 0.1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살펴본 조립 공장에서는 모든 부품이 모여 완성차로 거듭나는 과정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약 100대 이상 무인운반차량(AGV)이 생산라인 사이로 부품을 실어 나르고, 로봇 팔은 빠르게 바퀴와 문 등을 장착했다. 차량 바닥 배터리 부분은 근로자 3~4명이 달라붙어 직접 나사를 조였다. 모든 조립이 끝난 뒤에는 근로자가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 차량을 운전해 성능 테스트까지 곧바로 진행한다. 조립에 문제가 없는지 최종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후 공장 밖으로 나가 5㎞ 도로 테스트를 거치면 모든 과정이 마무리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선산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차량은 총 10가지 종류다. 9개 차종 생산이 가능한 토요타의 일본 모토마치 공장보다 많다. 용접 공정 자동화율은 폭스바겐의 독일 츠비카우 공장(90%)과 비슷한 수준이다.

배터리 ‘안전’ 강조
LFP 단점 보완한 ‘블레이드’
독자적인 배터리 제조 기술도 BYD의 강점이다. 휴대폰 배터리 제조로 업력을 쌓은 BYD는 기존 LFP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한 ‘블레이드 배터리’를 앞세워 배터리 시장점유율도 확대하고 있다.
11월 21일 방문한 중국 충칭 배터리 공장은 2020년 완공됐다. 100만㎡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에서 연간 35GWh 규모 블레이드 배터리를 생산하며 모든 공정이 100% 자동화로 이뤄진다. 실제 이 공장 라인에서는 배터리 커팅부터 커버 결합까지 전 과정을 100여대의 로봇팔이 전담한다. 공정은 얇은 동박에 흑연을, 알루미늄박에 인산철을 머리카락 두께로 얇게 도포해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작업으로 시작한다. 이렇게 39개 음극과 38개 양극, 총 78개 분리막을 겹쳐 0.3㎜ 두께의 알루미늄 케이스로 감싸면 블레이드 배터리가 제작된다.
이렇게 생산한 블레이드 배터리는 긴 막대기 형태를 띤다. BYD는 블레이드 배터리의 구조적 특성을 차체 설계에 활용한다. 별도 배터리팩을 제작하지 않고 블레이드 배터리를 차체와 완전히 통합한다. 블레이드 배터리를 차량 밑바닥에 겹쳐 까는 샌드위치 구조 ‘셀투보디’ 기술을 회사의 핵심 역량으로 내세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배터리셀을 보다 많이 장착할 수 있어 주행 거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CTB 기술을 적용한 BYD의 세단 ‘씰’ 모델은 유럽 기준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 570㎞를 인증받았다. NCM 배터리를 탑재하는 현대차 아이오닉5(498㎞)와 비교해 주행 거리가 더욱 길다.
무엇보다 배터리의 ‘안전’을 강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블레이드 배터리는 기존 LFP 배터리와 비교해 높은 화재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공장에서는 실제 화재 실험도 이뤄진다. 지름 5㎜ 두께의 송곳이 블레이드 배터리를 관통하자 배터리 대부에 합선이 생겼다. 하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반면 삼원계(NCM) 배터리를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진행한 결과 송곳이 배터리에 박히자마자 화재가 발생했다. BYD 관계자는 “46t 무게의 트럭이 배터리를 밟고 지나가는 압착 테스트와 오븐 속 섭씨 300도까지 가열하는 발화 테스트 등 극한의 테스트에서도 화재나 폭발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대부분 모빌리티 영역에서 친환경을 추구한다는 것이 BYD의 방침이다. 이미 전기지게차와 전기버스 등을 세계 각국에 공급 중이며, 중국 내에서는 고속 충전 모노레일인 ‘스카이셔틀’을 운영하고 있다. 충칭 내 15.4㎞ 구간에서 총 15개 역을 운영한다. BYD 배터리를 활용해 안전성을 높였으며, 친환경 대중교통 시스템을 구축해 도시 교통 혼잡 문제와 대기 환경을 개선한다는 목표다.

전기버스부터 모노레일까지
경전철 닮은꼴 ‘스카이셔틀’
충칭 내 리우지아주이역에서 만난 스카이셔틀은 2량으로 편성된 ‘경전철’과 유사한 모습이었다. 실제 스카이셔틀을 타고 6개 역을 이동해보니, 국내 경전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고 속도는 80㎞ 수준. 100% 자율주행으로 운행되기 때문에 내부에 직원은 따로 배치되지 않는다. 단, 관제센터에서 스카이셔틀의 차량과 배터리 상태, 내부 혼잡도 등을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있어 이용객 안전을 꼼꼼히 살핀다는 설명이다.
2020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스카이셔틀은 평일 기준 약 1만명 정도가 이용하는 대중교통으로 자리 잡았다. 주말에는 1만5000명까지 이용객이 늘어난다고. 평일 기준 총 267회 운행하며, 주말에는 303회 운행한다. 가격은 2~4위안(약 400~700원) 수준이다.
“내년 1월 한국 론칭…매년 신모델 선보일 것”

“내년 1월 한국에서 정식으로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11월 20일 중국 선전시 BYD 본사에서 만난 류쉐량 BYD 아시아·태평양 자동차영업사업부 총경리(CEO)는 내년부터 매년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모델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한국 시장 공략은 이미 6개 딜러사와 제휴 계약을 마쳤으며 서울부터 부산, 제주 등 전국 각지에 전시장을 오픈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 시장에 선보일 모델을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BYD 바다 시리즈의 대표 모델인 ‘씰’과 ‘돌핀’, 왕조 시리즈의 ‘아토3’ 등이 유력한 출시 모델로 언급된다. 모두 중형 이하 크기 차량이다. 국내 승용차와 비교하면 기아의 ‘니로EV’나 ‘EV3’, 현대차의 ‘아이오닉6’과 ‘코나EV’ 등과 비슷하다. 류 총경리는 출시 가격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다만 “모두의 예상대로 마냥 ‘가성비’로 승부하지 않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국 소비자가 BYD의 가격 경쟁력을 기대할 것이라는 질문에 류 총경리는 “소비자 예상은 정확하지 않다”며 “한국 소비자가 실제로 차량을 타보고 BYD가 대중적인지, 럭셔리인지 브랜드의 위치를 판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먼저 진출한 일본 시장에서 판매 가격을 비교하면 대략적인 추정이 가능하다. 일본에서 씰은 528만엔(약 4800만원), 아토3는 450만엔(약 4100만원)부터 시작한다.
류 총경리는 한국 진출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한국 시장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검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 BYD를 오래 기다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한국 시장 진출을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지만 한국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토론을 거치다 보니 시기가 늦춰졌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국내 업체와 시너지를 일으켜 전반적인 전기차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류 총경리는 “전기차는 아직 완전히 형성된 산업이 아니다”라며 “현대차나 기아, KG모빌리티 등과 협력해 시장을 확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오프로드 문제없다…안정감 돋보여”
BYD가 국내 론칭을 앞둔 가운데, 중국 현지에서 일부 모델을 먼저 체험해봤다. 일반 코스와 오프로드 코스에서 모두 주행했다.
먼저 일반 코스는 S턴, 8자 돌기 등으로 구성됐다. 이 코스에서는 BYD의 대표 모델인 아토3와 씰로 주행했다. 모두 한국서 출시 가능성이 언급되는 모델이다. 먼저 아토3는 가정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표방하는 만큼 꼬불꼬불한 코스에서도 안정감이 돋보였다. 일반 가족이 흔히 타는 모델인 만큼 주행 시 편안함이 느껴졌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약 7.3초 정도다.
씰은 아토3와 비교해 보다 스포티한 느낌을 주는 중형 세단이다. BYD가 자랑하는 CTB 기술이 적용된 세계 최초 양산형 모델로, 핸들링과 효율성을 강조했다. 회전과 가속, 정차 등 모든 주행 과정에서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속도는 아토3의 절반 수준인 3.8초며, 내부 디스플레이는 회전이 가능해 가로와 세로 형태로 모두 활용 가능하다.
오프로드 코스는 계단과 측면 경사 등 극한의 상황으로 구성됐다. 이 구간에서는 BYD의 SUV 라인업 성능을 체감할 수 있었다. 먼저 시승한 SUV 모델 ‘바오5’는 외관에서부터 높은 차체를 자랑한다. 차체가 높기 때문에 문을 열면 자동으로 발을 디딜 수 있는 턱이 내려온다. 전통적인 오프로드 차량에서 나타나는 엔진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 모델은 비교적 반응이 빠르다는 느낌을 줬다.
BYD의 최상급 SUV 모델인 ‘U8’은 바오5와 비교해 더욱 안정성이 뛰어나다. 일반 도로에서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지만 경사나 계단에서 보다 충격 흡수가 잘되고, 경사에서 차량이 기울 때 시트가 안마의자처럼 허리라인을 잡아줘 편안한 느낌을 준다. U8 역시 내부 디스플레이 회전 기능을 갖췄다.
[선전·충칭 =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7호 (2024.12.04~2024.12.10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