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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 대학 여러 개 만들 가장 쉬운 개혁 [‘할말 안할말’…장지호의 ‘도발’]

장지호 사이버한국외국어대 총장
입력 : 
2024-12-05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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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양극화 해소를 국정 목표로 세웠다. 특히 고등교육 분야는 청년과 미래 세대에게 교육받고 일하는 기회를 선순환적으로 제공하게끔 종합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교육 불평등 타개를 위한 관련 재정 확대도 예고했다.

내년도 국가장학금 확대가 그 출발이다. 대학생 국가장학금은 학생 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가장 소득이 높은 10구간을 제외하고는 지급된다. 대략 월소득 800만원대 가구 학생도 연간 국가장학금 100만원을 받는다. 장학금을 받아서 마다할 학생 가구는 없겠지만 수혜층을 넓히는 것으로, 교육의 구조적 불평등이 해소될 리 만무다. 교육 불평등 해소는 결국 학생의 경제력이나 기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실력에 따라 양질의 고등교육에 접근할 수 있음을 말한다.

우리 현실은 소위 일류 대학 문이 너무 좁아 경쟁이 과도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러다 보니 공교육보다는 사교육에 치중하고 그것도 누가 빨리 많이 받느냐는 경쟁으로 돌입하고 있다. 초등학생의 의대 준비 학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학생이 가고 싶은 ‘좋은’ 대학을 더 많이 늘려야 한다. 그야말로 상향 평준화를 겨냥해야 한다.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투입을 획기적으로 높여 좋은 대학을 늘리면 좋겠지만 여전히 OECD 기준 재정 투입은 현저히 낮다. 오래전부터 고등교육 재정 확보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안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재정이 거론됐는데, 국가 재원을 매년 사립대에 지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해 지금까지 논의만 되다 폐기됐다.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도 교육 불평등을 완화할 방법이 있다. 현재의 고등교육 재정을 지역 국공립대학에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것이다. 전제 조건이 있다. 지역의 분산된 국공립대학은 일정 기준으로 통합돼야 한다.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지역 국공립대학의 교육과 연구는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가고, 학생은 교육비 걱정 없이 대학에 진학해 장학금만이 아니라 생활비까지도 교내에서 해결한다. 성과에 따라 연봉 10억원의 신임 교수도 배출된다. 명문 지역 대학 부활로 교육의 지역적, 경제적 격차는 줄어들고, 자연스레 학생 선택권은 커진다.

대신 사립대학은 등록금 자율화를 포함한 모든 교육부 규제를 전면적으로 벗어난다. 학생 선발부터 학사 운영을 전적으로 사학이 책임진다. 학령인구가 급속히 감소하는 현실에서 어지간한 사립대도 등록금을 마구잡이로 올리기는 쉽지 않다. 교육부의 획일적인 줄 세우기식 평가에서 벗어나 생존하기 위한 대학별 특성화가 진행된다. 대학마다 특성화된 학제로 학생 유치 경쟁에 그야말로 사활을 걸 것이다.

내년부터 교육부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을 통해 지역의 30개 글로컬 대학을 선정 지원한다. 그러나 이 정도 규모 지원으로는 고사 상태에 있는 지역 대학 경쟁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기 어렵고, 교육 기회의 차별 역시 극복될 리 없다.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교육 정책만큼은 대통령 직속의 국가교육위원회, 사회부총리로 격상된 교육부, 17개 시도교육청까지 다른 어느 나라보다 크고 많은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어느 곳 하나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혁다운 개혁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문제만 생기면 책임 전가에 급급할 뿐이다.

나눠 먹기식 지원, 보여주기식 개혁으로는 불평등 해소와 경쟁력 강화라는 둘 다 버릴 수 없는 교육의 양날을 살릴 수 없다.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오히려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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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호 사이버한국외국어대 총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7호 (2024.12.04~2024.12.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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