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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무색하게 사뿐 … 밟는대로 쭉쭉

박제완 기자
입력 : 
2024-10-03 16: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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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2025 쏘렌토 HEV' 타보니
1800㎏ 중량에도 가벼운 느낌
막히는 시내서도 우수한 연비
시동걸 때 소리 거슬려 아쉬움
사진설명
순수하이브리드차(HEV)는 오랜 기간 일본 도요타가 독식하는 무대였다. 기술의 문제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엔진에 배터리와 모터를 더한 만큼 차량의 무게가 무거워질 뿐만 아니라 가뜩이나 좁은 차량 하부 및 엔진룸에 새로운 부품들을 끼워넣는 일은 고난도 설계를 동반하는 일이다. 일정 속도 이상 혹은 가속페달을 일정 수준 이상 밟았을 때 구동방식이 모터에서 엔진으로 전환되는 게 하이브리드 차량의 특징인데, 이 전환이 운전자에게 이질감 없이 다가오도록 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가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시장 진출을 천명하며 내놓은 게 쏘렌토 하이브리드다. 쏘렌토는 2020년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출시했다. '형님' 현대자동차의 싼타페, 투싼보다도 앞선 적용이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누적 9만8506대가 팔리며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하이브리드의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다. 형제차인 싼타페 하이브리드(7만3797대)보다 1만5000대가량 많은 판매량이다.

국산 SUV 하이브리드 시장을 개척한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서울에서 인천 영종도, 충북 제천 등을 오가며 시승했다. 쏘렌토 4세대 하이브리드는 1.6ℓ 가솔린 엔진에 하이브리드 엔진을 얹어 최대 235마력을 낸다.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ℓ당 15.7㎞로 인증을 받았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주행성능은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의 초반 토크감이다. 전기모터로 초반 가속을 구동하는 만큼 저속 구간에서는 "밟는 대로 나간다"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만큼 공차중량은 1820㎏에 달하지만 오히려 차가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무기라고 할 수 있는 연비는 특히 막히는 시내 구간에서 빛을 발했다. 금요일 저녁 막히는 강변북로를 10㎞가량 주행했고, 평균 시속은 30~40㎞를 유지하는 수준이었는데 연비는 ℓ당 10㎞ 남짓을 기록했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차량들이 이 같은 구간에서 ℓ당 7㎞ 이하 수준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운전자 측 대시보드에서는 현재 배터리 충전량이 얼마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브레이크 및 타력 주행을 진행할 경우 회생제동에 따라 배터리가 충전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연비 주행을 위해 가속페달 밟는 힘을 조절해 배터리를 채워가면서 달리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에서 느껴졌다. 서울에서 영종도로 향하는 구간에는 시속 100㎞ 구간단속 구간이 마련돼 있다. 해당 구간을 크루징 속도 시속 110㎞로 설정하고 진입했는데, 차량이 티맵과 자동으로 연동해 속도를 100㎞로 알아서 낮춰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도요타 하이브리드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이질감 부문에서는 아직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모터로 가동하던 차량에 엔진 시동이 걸릴 때 느껴지는 음향의 이질감은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아쉬운 점으로 다가왔다. 과거 쏘나타 하이브리드 등 현대차그룹의 초기 하이브리드 차량들처럼 엔진이 켜질 때 울컥거리는 증상은 없었지만, 엔진 시동음 유입이 작지 않았다. 엔진만으로 차량을 주행할 때도 4기통 엔진의 날카로운 엔진음은 지속적으로 들렸다.

준수한 시내 주행 연비와 달리 고속주행 연비가 내연기관 차량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제천까지의 고속도로 야간 주행 때는 시속 100㎞ 정도를 유지했는데,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은 구간이 거의 없는데도 ℓ당 연비는 평균적으로 15㎞를 기록했다.

앞자리 승차감에 비해 뒷자리 승차감이 다소 부족한 점도 사실이다. 2열에 탑승한 지인은 "노면의 울퉁불퉁함이 시트로 전해져 들어온다"고 전했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의 대표 패밀리 SUV라는 점에서 이 같은 단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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