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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에 정보 넘긴 정보사 직원 “가족 신변위협 당해 범행 ”

이호준 기자
입력 : 
2024-08-28 16: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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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거주 가족까지 중국이 협박?
추적 피하려 게임 내 음성메시지로 소통
2022년 6월부터 30건 이상 유출해
기소 단계에서 간첩죄는 빠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가 2017년 중국 정보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포섭돼 돈을 받고 기밀을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30건 이상 군사기밀이 유출됐으며 중국 측으로부터 받은 현금은 최소 1억6000여만원이다.

국방부 검찰단은 28일 “2017년께 중국 정보요원으로 추정되는 인원에게 포섭돼 2019년부터 거액의 금전을 수수하고, 군사기밀을 유출한 A씨를 기소했다”면서 “군 방첩 역량 강화의 결과로써 신속한 수사를 통해 2개월여 만에 이적 혐의 등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27일 A씨에게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군형법상 일반이적 등),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국방부 검찰단에 따르면 국군정보사령부에서 팀장 역할을 맡고 있던 A씨는 취급할 수 있는 군사 기밀과 정보사에서 ‘대출’ 형태로 확보한 군사기밀을 메모하거나 무음 카메라로 촬영해 확보했다. 이후 그는 영외 개인 숙소에서 중국 인터넷 클라우드 서버에 올리는 방식으로 기밀을 누설했다. 또 모바일 게임 내 음성 메시지를 활용해 중국 측에 정보를 유출하기도 했다.

검찰단 관계자는 “수사당국 추적 회피를 위해 매번 다른 계정으로 클라우드에 접속하고 파일별 비밀번호 설정, 대화기록 삭제 등 치밀하게 범행했다”며 “(이번 사건은) 기존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비하면 계획되고 치밀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A씨는 2022년 6월부터 문서 형태로 12건, 음성 메시지 방식으로 18건 등 총 30건의 기밀을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A씨는 초기 조사에서 중국측으로부터 한국에 있는 가족에 대한 신변 위협을 당해 회유됐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한국내 정보사 직원의 가족 신상과 위치 등까지 파악하고 협박을 했다는 대목이 충격적이다.

A씨가 중국 요원과 나눈 음성 메시지 대화에서 “최대한 빨리 보내달라”는 중국 요원의 요구에 대해 “돈을 더 주시면 자료를 더 보내겠다”고 답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단은 이를 바탕으로 “사실상 돈이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씨가 수수한 금품은 모두 현금 형태로, 현재까지 파악된 금액은 약 1억6205만원에 이른다. 다만 A씨가 원래 요구한 액수는 모두 4억원으로 확인됐다.

한편, 사건을 초동 수사한 국군방첩사령부는 지난 8일 A씨를 군검찰에 송치할 때 북한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게 적용하는 군형법상 간첩죄도 포함했다. 하지만 기소 단계에서는 간첩죄가 빠져 북한 관련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단 관계자는 A씨가 유출한 정보와 관련해선 “중국 지역에서 활동하는 일부 블랙요원 명단이 있다”면서 “북한 휴민트(HUMINT·인적 첩보조직) 관련 명단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북한 휴민트는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에서 첩보 활동을 하는 인원들로 이번 군사기밀 유출로 관련 요원 수십명이 급거 귀국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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