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전당대회가 한창이다.
전당대회 시즌이면 일반적으로 해당 정당 지지율이 올라간다. 그런데 민주당은 아니다. 지난 7월 26일 공개된 한국갤럽 자체 정례여론조사(7월 23일부터 25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민주당 전당대회가 본격화된 이후 국민의힘과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35% 지지율을, 민주당은 27%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전당대회 과정임에도 국민의힘과 지지율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이재명 (전) 대표 득표율이 90%를 넘어선 점을 들 수 있다. 이 정도 득표율을 기록하는 정당을 민주적 정당이라고 볼 수 있을까. 한마디로, 유권자들은 민주당을 전체주의적 성향이 강한 정당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이는 민주당을 지지했던 중도층을 등 돌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중도층만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는 게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민주당 지지층 중 일부 역시 민주당 지지를 유보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 투표율에서 단초를 찾아볼 수 있다. 아직 ARS 투표 기회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7월 30일까지 투표율만 보면 권리당원 선거인단 가운데 31.94%만 투표에 참여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48.51%보다 낮은 투표율이다. 역대 민주당 전당대회 투표율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다. 2020년 이낙연 전 총리가 당대표로 선출됐을 당시 투표율이 41.03%였고, 송영길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됐을 때 투표율은 42.74%였다. 지난해 전당대회보다도 5%포인트 정도 낮다.
이렇게 투표율이 낮은 이유는,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때문이다. 누적 득표율 90%가 갖는 거부감 때문일 수도 있다. 두 가지 중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어쨌든 이는 민주당에 적신호다. ‘어대명’이라는 ‘민주당식 진리’ 때문이라면 선거 의미가 실종된 것이고, 90% 이상 득표는 전체주의 정권의 선거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것은 최고위원 선거다. 정봉주 전 의원이 최고위원 선거에서 1등을 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이재명 (전) 대표가 김민석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한 태도를 취하자, 김민석 의원이 선전하기 시작했다. 이는 민주당이 ‘1인을 위한 정당’이 됐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후보들 너도나도 ‘명비어천가’를 외치는 것도 다수 국민에게 민주당을 부정적으로 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이들 중 일부는 ‘탄핵’ 혹은 ‘조기 대선’을 서슴없이 주장한다. 탄핵을 외치면 여론이 호응해줄 것이라 보는 듯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두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정도의 정당 지지율로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것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탄핵을 자주 언급한다. 또 대통령의 잦은 거부권을 유도하면, 국민들이 탄핵 주장에 동조하리라고 믿는 것 같다. 민주당이 대통령 거부권을 ‘유도’한다고 한 이유가 있다. 민주당 정권 때는 여러 이유로 인해 처리하지 않은 법안을 지금은 서슴없이 발의하고 단독으로 통과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재의에 붙여졌다 부결된 법안도 약간만 고쳐 다시 발의하고 있다. 이 정도 되면 ‘오기에 의한 법안 발의’인가 싶다. 엄청 중요한 법안이어서 그런 거라면, 왜 정권을 잡고 있을 때는 처리하지 않았을까. 당시 상황과 작금의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법안이 시급하다 주장한다면, 그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 아무런 설명 없이 ‘도돌이표 법안 발의와 단독 처리’를 반복하고 있으니,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의도적으로 유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잦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대통령 ‘불통’ 이미지를 강화시켜, ‘독재’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는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성하려 한다는 의구심이다.
또한, 아무리 정당 존재 목적이 정권을 잡는 것이라고 해도, 제도적 안정성을 해치면서까지 탄핵을 주장하는 것은 공당으로서 자세를 의심케 만든다. 여기에는 논리적 모순도 존재한다.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근간 중의 하나는 대통령의 ‘임기 보장’이다. 그래서 헌법에 대통령 임기를 명시했다. 그런데 ‘개헌을 위한 임기 단축’ 혹은 ‘탄핵’을 주장하면서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외치는 것은, 대통령제 근간인 ‘대통령 임기’를 해치면서 또 다른 형식의 대통령제를 하자고 주장하는 셈이다. 논리적 모순이다.
상황적 오판과 논리적 부정합이 존재함에도 민주당은 줄기차게 ‘임기 단축’ 혹은 ‘탄핵’을 주장한다. 이런 주장이 자신들이 ‘상대적 선(善)’이라고 생각해 나온 것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바로 ‘선(善)’이라는 추상적 개념과 구체적 정치 행동을 결부시키는 행위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민주당 구성원 상당수가 이런 착각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방송 4법 관련 필리버스터를 하던 민주당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항해 서슴없이 욕설을 한 것을 보거나,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는 가만히 있다 지금 방송 4법을 단독으로 통과시키는 것을 보면,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왜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선’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진보가 보수보다 상대적으로 도덕적 우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진보 정당에서도 보수 정당만큼 다양한 부정과 성비위가 발생했다. 전 세계로 시야를 넓혀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얼마 전 끝난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에서 반미 좌파 후보인 마두로 현 대통령이 3선에 성공했는데, 이 과정에서 선거 부정이 있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방 언론들이 실시한 출구조사나 선거 이전 여론조사에서는 모두 야당 후보의 압도적 승리를 예상했는데, 개표 결과는 영 딴판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또한, 베네수엘라 선관위가 지나치게 빨리 개표 결과를 공표했다는 점도, 부정 선거에 대한 의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베네수엘라에서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마두로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했을 당시에도 선거 부정 의혹이 있었다. 좌파·진보가 모든 면에서 항상 상대적으로 선(善)하고 ‘양심적’이라는 생각하는 것은, 세계사적 차원에서도 매우 잘못된 편견임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정치란 선과 악이 맞붙는 과정이 아니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행위다. 정치인은 그런 권력 지향적 행위를 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정치를 선과 악의 대결 관점에서 보게 되면, 파시즘이나 권위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진다. 정치인들이 본인은 선하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꾸짖는 역할을 해야 하는 존재가 언론과 유권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1호 (2024.08.07~2024.08.13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