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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읽씹’ 논란…정신 못 차리는 국힘 [신율의 정치 읽기]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 
2024-07-21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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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나경원(왼쪽부터), 원희룡, 한동훈, 윤상현 당 대표 후보가 지난 7월 1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2차 당 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나경원(왼쪽부터), 원희룡, 한동훈, 윤상현 당 대표 후보가 지난 7월 1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2차 당 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지금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읽씹’ 논란이 한창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한동훈 후보가 비대위원장 시절, 김건희 여사가 보낸 문자를 읽고 ‘씹었다’는 논란이다.

해당 문자를 최초로 공개한 이는 CBS 간부다. 그는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문자를 공개했는데, 원본 그대로가 아니라 내용을 ‘재구성’했음을 밝혔다. 그 이후인 지난 7월 8일 ‘읽씹’을 당했다는 문자 5건 모두의 전문이 공개됐다.

‘재구성’ 내용이 공개될 당시만 해도, 김건희 여사가 줄곧 사과하겠다는 내용의 문자인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7월 5일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한 한동훈 전 위원장은, 해당 문자 내용이 잘못 알려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문자 내용도 사과하고 싶다는 말씀 표현도 있지만, 왜 사과를 하는 것이 안 좋은지에 대한 어떤 그 사유를 쭉 늘어놓는 부분도 들어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 주장은 문자 전문이 공개된 후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다. 부분적으로 사과 의사를 밝힌 것은 맞지만, 사과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언급됐기 때문이다. 또한, 한 전 위원장이, 김건희 여사가 문자를 보낸 시기 이전부터 대통령실 공식 루트를 통해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줄곧 개진했다고 말한 점도 눈길을 끈다. 그는 “(대통령실에) 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물론 이제 외부에 노출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차례 강력하게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사과를 어떤 방식으로든 해야 된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말했는데, 그러던 중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실제 한 전 위원장은, 총선 당시 명품백 논란과 관련, “국민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는 입장을 언론에 분명히 공개한 바 있다. 이 부분은 매우 흥미롭다. 즉, 김건희 여사의 ‘사과 의향’ 문자가 한 전 위원장에게 계속 전달되고 있을 때, 한 전 위원장의 해당 발언이 나온 것인데, 이는 김 여사의 문자에 대한 ‘공개 답변’이라 할 수 있다.

한동훈 전 위원장이 줄곧 김 여사의 사과 필요성을 주장했다는 정황은, 대통령실 관계자의 한동훈 당시 위원장에 대한 ‘위원장 사퇴 요구’를 봐도 알 수 있다.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가 있던 시점은 2024년 1월 21일이다. 이런 정황으로 보면, 한동훈 당시 위원장의 김 여사에 대한 사과 요구와 위원장직 사퇴 요구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추론이 사실이라면, 국민의힘 일부 후보가 주장하는 한 전 위원장 책임론은 성립되지 않는다. 현재 한 전 위원장을 공격하는 측이 주장하는 논리는, 한 전 위원장이 김 여사 문자를 ‘씹어서’, 결국 김 여사가 사과할 기회를 박탈당했으며, 그래서 총선에서 패배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전 위원장이 김 여사 문자를 받기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대통령실 공식 창구를 통해 사과를 요구했고 이를 빌미로 대통령실이 한 전 위원장에게 사퇴 요구를 한 것이라면, 총선 참패 책임은 오히려 대통령실에 있다.

또한, 김 여사가 그토록 사과를 원했다면 대통령실 관계자와 상의해서 사과하면 됐다는 측면에서 봐도, 한 전 위원장 책임론이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당시 상황에 대한 이런 논리적 해석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는지 몰라도, 대통령실은 지난 7월 7일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 과정에서 일체의 개입과 관여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특히 전당대회 과정에서, 각 후보들이나 운동원들이 대통령실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 주십사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그런데 대통령실 바람대로 현실이 움직여줄지는 모르겠다. ‘재구성’된 문자가 알려진 시점이 전당대회 와중이기 때문이다. 한동훈 전 위원장은 “(해당 문자 공개가) 어떻게 보면 저를 상처 주고 선동을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어 이런 식의 행태는 전당대회에 이런 식으로 개입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단 친윤들이 나서 ‘읽씹’ 문제로 한 전 위원장을 공격하고 있고, 다른 당대표 경선 주자들도 한 전 위원장을 공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공격은 효과가 있을까? 단순히 생각하면, 한 전 위원장이 타격을 입는다고 볼 수 있다. 영부인 문자를 ‘씹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 판단으로는, 상황이 그렇게 돌아갈 것 같지 않다.

여기서 잠깐 과거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선 후보가 됐던 과정을 돌이켜보자. 당시 윤 총장을 대선 후보로 만든 가장 큰 요인은 ‘권력으로부터의 박해’였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현재의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보다 높았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권력에 저항하는 윤석열 총장에게 박수를 보냈다. 한동훈 전 위원장도 ‘권력으로부터 박해받는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는 차원에서 당시 상황과 지금은 비슷하다. 이른바 ‘윤-한 갈등’이 불거진 이후, 국민에게 비쳐지는 한동훈 전 위원장 이미지는 ‘권력에 맞서는 외로운 투사’다. 가뜩이나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는 한 전 총장에게, 6개월 전에 있었던 문자를 갖고 친윤들이 공격하고 있으니, ‘피해자’ ‘박해받는 자’ 이미지는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국민은 ‘박해받는 피해자’에 대한 동정심이 유난히 강하다. 그렇기에, 작금의 상황이 한 전 위원장에게 불리할 것이라고만 보기 어렵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당심도 이런 민심에 동조할 것인가다. 이는 국민의힘 당원들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인가와 직결된다. 이와 관련,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추진한 ‘(한 전 위원장) 후보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 대한, 다수 원외 당협위원장의 반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민일보는 지난 7월 7일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모여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제2의 연판장은 다 죽는 길이다’ ‘왜 이런 짓을 하는 당협위원장이 계신지 모르겠다. 정말 화가 나고 슬프다’는 등 성토하며 항의하는 반응이 줄줄이 올라왔다”는 여당 관계자 말을 단독 보도했다. 이런 원외 당협위원장 움직임을 보면, 당심이 민심을 의식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전당대회 열기가 뜨거운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읽씹’ 때문에 총선에 졌다는 희한한 주장이 난무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해당 논란은 전당대회에 출마한 모든 후보에게 피해를 주고 있고, 대통령실에도 피해를 주는 내용이다.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다른 후보들은 한동훈 후보에게 가려져 여론 주목을 받지 못해 손해고, 대통령실은 자칫 총선 패배 책임을 뒤집어쓸 판이기 때문에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총선 패배 원인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이를 전당대회 편 가르기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국민의힘에 미래는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전당대회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둘로 갈라질 수 있다. 분열된 정당으로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국민의힘은 이제 정신 차릴 때도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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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8호 (2024.07.10~2024.07.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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