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서밋 마드리드 2024' 산티아고 이니구에스 데 온조뇨 IE 총장 인터뷰
기술은 인간 삶 풍성하게 해
대량정보 나노칩 뇌 이식 땐
인간 추론 과정 대대적 혁신
틀을 깨는 생각 불가능한 AI
유명 화가 흉내낼 순 있어도
새 미술사조 일으킬 순 없어
기술은 인간 삶 풍성하게 해
대량정보 나노칩 뇌 이식 땐
인간 추론 과정 대대적 혁신
틀을 깨는 생각 불가능한 AI
유명 화가 흉내낼 순 있어도
새 미술사조 일으킬 순 없어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 '라 나베' 컨벤션센터에서 '기술이 창조하는 인간(Human by Design)'을 주제로 열린 스타트업 행사 '사우스 서밋 마드리드 2024'에서는 이 같은 우려와 달리 기술 발전이 삶의 질을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했다.


온조뇨 총장은 구체적으로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미래 삶 개선에 도움을 줄 기술로 '나노기술'을 꼽았다. "대량 정보를 담은 나노칩을 인간 뇌에 이식하면 사람들이 지식을 기반으로 추론하는 과정이 달라져 더 나은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고 그는 주장했다. 덧붙여 기술을 사용해 책으로만 배우는 것보다 조금 더 풍성하고 생생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과거 일어났던 특정한 자연재해 등을 기술로 구현해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등을 더 깊게 느끼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온조뇨 총장은 기술이 사람들에게 더 나은 교육과 큰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결코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고 단언했다. "기술이 인간이 하는 일을 완벽하게 복제할 수는 있지만 틀에서 벗어나 사고하고 트렌드를 창조할 수는 없다"는 게 온조뇨 총장의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AI가 피카소 그림을 완벽하게 복제할 수 있지만 피카소처럼 새로운 미술 트렌드를 일으킬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더 나은 인간의 삶과 미래를 위해 기술은 어떻게 사용될 수 있을까.
▷생성형 AI, 가상현실 등의 기술은 인간의 경험을 더 폭넓게 하고 개선했다. 앞으로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미래 삶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 예시 중 하나는 나노테크놀로지(나노기술)다. 구글 등이 나노기술을 연구하고 실험하고 있다. 나노기술을 사용해 인간 뇌에 새로운 기능이 부착될 수 있다. 목표를 크게 잡아 상상해 보자. 위키피디아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등에 있는 콘텐츠 전부를 담은 나노칩을 뇌에 이식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일어나면 사람들이 지식을 사용하고 추론하는 과정이 달라져 더 나은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
덧붙여 기술은 특수교육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원래 교육과정은 일반화돼 있었다. 학생들은 수업을 듣고, 집중을 못하는 학생들은 수업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그냥 소화하지 못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제는 기술을 사용해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이 누구인지 파악해 이들에게 맞는 교육방식을 제공할 수 있다.
―인간 삶과 미래에 기술이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기술은 우리 삶을 더 풍성하고 즐겁게 만들 것이다. 지식을 습득하는 데에 기술이 사용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미 학습과정에 게임화(gamification)가 접목됐다. 역사수업에 폼페이 화산 폭발 사건을 배운다고 하면, 게임을 통해 폼페이를 함몰시킨 베수비오산 화산 폭발이 어떻게 일어났고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등을 배울 수 있다. 전통적인 책을 통한 배움보다 조금 더 풍성하고 와 닿을 수 있는 학습이 기술을 통해 가능하다.
―사람들의 일자리가 기술에 대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기술이 지구를 정복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과거를 돌이켜보면, 기술은 항상 사람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줬다. 현재 공장에서 100년 전과 같은 업무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장은 존재하고, 기계를 다루고 관리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대다수 직종에는 '인간미'가 계속해서 필요하다. 판사직을 예로 들어보겠다. 아직까지도 사람들은 알고리즘보다는 '인간 판사'를 더 신뢰한다. 교수직도 마찬가지다. '로봇교수'보다는 진짜 사람 교수를 더 필요로 하고 신뢰한다.
―사람들이 로봇, AI 등 '기술 전문가'보다 '인간 전문가'를 더 믿는 이유는.
▷기술이 절대 갖출 수 없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창의력, 상상력, 틀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사고 같은 것들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뭔가 다른 것을 만들어내는 일은 기술이 대체하기 어렵다. AI는 그림을 거의 완벽하게 복제할 수 있고 좋은 그림을 '창조'할 수 있지만 피카소와 같은 유명 화가를 AI가 대체할 수 없다. (피카소가 입체파 운동을 일으켰던 것처럼) AI가 새로운 미술 기법 운동을 일으키지는 못한다.

기계와 사랑에 빠진 인간? 앞으로도 그런 일 없을것
기계와 사람을 분별하는 기준
사랑은 타인과의 교류서 생겨
미국은 기업가, 아시아는 정부
AI 기술 진화의 원동력 달라
지정학적 리스크·보호주의도
AI의 혁신을 가로막는 걸림돌
지속가능성이란 가치에 주목
새로운 세계화 시대는 다를것

▷기계와 알고리즘은 거의 완벽하게 인간이 하는 일을 복제할 수 있다. 최근 개인 링크트인 계정에 올린 영상 하나가 있다. 영상 속에는 나의 아바타가 담겼다. 내 모습과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나와 닮은 아바타다. 입술 움직임조차 같다(이니구에스 데 온조뇨 총장은 '헤이젠(HeyGen)'이라는 영상 제작 AI 기술을 사용해 동영상을 제작했다.
그는 해당 영상에 직접 출연하지 않고 아바타를 사용해 본인 링크트인에 올릴 기사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하지만 아바타는 앞서 언급한 '틀에서 벗어나 생각하기'를 할 수 없다. 내가 지정하는 대로만 행동한다. 아직까지 아바타를 비롯한 기술은 원칙을 바꾸거나 대세를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혹시나 미래에 아바타가 대세를 변화시킨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결과를 선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가상인간과의 교류에 대한 의견은.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은 '튜링 테스트'를 제안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알고리즘이 생성한 문장과 인간이 창조하는 문장을 구별할 수 없다면 컴퓨터가 사고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그는 제안했다.
나는 다른 테스트를 제안한다. 기계와 사람을 분별하는 기준은 '사랑'이다. 가상인간, 아바타 등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솔직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기계를 좋아할 수는 있지만 기계와 사랑에 빠질 수는 없다. 그런 사람을 보지도 못했다.
내가 말하는 사랑은 '40년 동안 같이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것이다. 아마존 인공지능(AI) '알렉사'와 대화를 나눌 수는 있지만 이는 결국 타인과 얘기하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랑과 같은) 인간의 감정은 다른 누군가와 교류를 하며 생긴다.
-AI를 비롯한 기술 발전은 계속될 것이다. 기술 진화의 원동력을 꼽자면.
▷국가마다 다르다. 미국에서 AI 기술 발전은 주로 기업가들을 통해 이뤄진다. 즉 이익 창출이 미국에서 AI 기술 진화의 원동력이 된다. 아시아에서는 정부기관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 있다. 유럽은 AI 관련 규제가 많기에 이에 영향을 받아 기술 진화가 이뤄질 수 있다.
-현재 중동 리스크, 미국 대선 등 많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다. 이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는 AI 기술 진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국가들 간 자유무역이 상당히 제한됐다. 보호무역주의는 혁신을 멈추게 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교역이 다시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현재 미국, 중국 등이 자국 기업들을 보호하는 보호무역주의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는 혁신을 제한한다. 혁신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좋은 기술들이 전 세계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무역이 상당히 제한된 환경에서는 혁신이 일어나기 어려운 이유다. 예를 들어보겠다. A국이 보호무역 때문에 반도체를 수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는 타국의 수많은 사람에게 해당 반도체가 판매되고 사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앞서 말했듯 혁신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특정한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사용돼야 하는데 보호무역에 따른 수출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해당 반도체 기반으로 혁신이 일어나기는 어렵다.
-2022년 MK 비즈니스 스토리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되면 또 다른 세계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직까지도 이 주장을 유지하는가.
▷그렇다. 하지만 불확실한 점이 있다. 반세계화 주기(antiglobalization cycle)가 언제 최저점을 찍을지 아직 모르겠다. 전 세계적으로 선거가 아직 많이 남았고, 전반적으로 국가 경제 성장이 멈추거나 더딘 상황이다. 그러기에 다수 국가들이 자국 고용시장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크다. 아직까지는 반세계화 주기의 최저점을 찍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 반세계화 주기가 지난 후 상황은 어떻게 변할까.
▷중국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관건이다. 아직까지 중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 미지수다. 하지만 아시아권에서 충돌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중국이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무역 전쟁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무역 전쟁을 벌이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 득보다 실이 더 많다.
-새로운 세계화 시대는 과거 세계화 시대와 어떻게 다를 것 같나.
▷다행히도 과거 세계화 시대보다 현재 젊은이들은 세계화에 대한 준비가 더 잘돼 있다. 또한 과거 세계화와 미래에 올 세계화 시대의 차이점은 '지속 가능성'에 있다. 지속 가능성은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개념이다. 미래 다국적 기업의 필수 조건 중 하나인 지속 가능성을 기반으로 다음 시기의 세계화는 이전보다 더 도덕적인 시대가 될 것이다.
-다음 세계화 시대에서 기술의 역할은.
▷기업 입장에서 기술의 역할을 말하자면, 사업 전략을 짜는 데 필요한 기업가치 평가 등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기업 전체적 차원에서 사람들 간 관계를 강화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마드리드 윤선영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