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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파마들의 미래, 내 손안에 달려 있다 [CEO LOUNGE]

최창원 기자
입력 : 
2024-03-19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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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고공행진’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그야말로 불기둥이다. 1세대 바이오 벤처기업 알테오젠 주가 얘기다. 3월 13일 종가 기준 알테오젠 주가는 20만1000원. 올해 초(1월 2일) 종가(9만1500원)와 비교하면 119.6% 상승했다. 어느새 시가총액도 10조6550억원을 기록했다. 코스닥 시총 순위는 지각변동이다. 알테오젠은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HLB에 이어 코스닥 시총 4위에 올랐다.

1953년생/ 연세대 생화학과/ 미국 퍼듀대 생화학 박사/ LG화학(LG생명과학)/ 한화케미칼 개발본부장/ 바이넥스 부회장/ 2008년 알테오젠 창업/ 2010년 알테오젠 대표(현)
1953년생/ 연세대 생화학과/ 미국 퍼듀대 생화학 박사/ LG화학(LG생명과학)/ 한화케미칼 개발본부장/ 바이넥스 부회장/ 2008년 알테오젠 창업/ 2010년 알테오젠 대표(현)

알테오젠 어떤 기업?

‘바이오베터’ 키운 박순재 대표

1세대 바이오 벤처기업 알테오젠은 2008년 설립됐다. LG화학(옛 럭키화학) 연구원과 한화케미칼 개발본부장, 바이넥스 부회장 등을 거친 박순재 대표(71)가 설립했다. 알테오젠의 경영 전략은 자체 신약 파이프라인을 앞세워 임상 개발에 나서는 통상적인 바이오텍 상업화 전략과는 거리가 멀었다. 신약이 아닌 ‘바이오베터(제형을 바꾸거나 효능을 높일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 개발에 힘을 썼다. 뒤늦게 따라가기보다 새로운 기술 개발에 나선 셈이다.

확실한 방향성에 힘입어 알테오젠은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로 불리는 플랫폼 기술을 확보했다. 쉽게 말해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정맥주사는 혈관에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병원에서 투약해야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반면 피하주사는 피부와 근육 사이에 있는 피하 조직에 약물을 주사하는 형태다. 정맥주사보다 체내 흡수 속도는 느리지만 투약 시간이 짧아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투약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수요가 늘다 보니 빅파마도 기존 치료제를 SC 제형으로 바꾸는 방안을 고민할 정도다.

바이오베터 집중 효과는 확실했다. 글로벌 제약 트렌드와 맞아떨어지며 알테오젠 ALT-B4 기술에 빅파마 러브콜이 쏟아졌다.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1조6000억원, 4조7000억원 규모 기술 수출을 이뤄냈다. 이후 2021년과 2022년에도 인도 글로벌 제약사 인타스, 스위스 산도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2019년을 기점으로 매출도 급증했다. 2018년 137억원이던 매출은 2019년 292억원, 2020년 424억원으로 뛰더니 지난해에는 965억원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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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크 ‘독점’ 계약으로 들썩

약속된 현금만 1.4조원

최근 알테오젠 주가가 급등한 것도 ALT-B4와 관련 있다. 알테오젠은 지난 2월 22일 미국 빅파마 머크(MSD)와 ‘ALT-B4’의 라이선스 변경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알테오젠은 해당 기술을 바탕으로 머크와 2020년 6월 ALT-B4 계약을 맺었다. 머크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SC 제형 개발을 원했고, 이를 위해 알테오젠 ALT-B4가 필요했다. 다만 당시 계약은 비독점 방식이었다. 머크 입장에선 알테오젠의 기술이 경쟁사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 때문일까. 자본 시장에서는 머크가 ALT-B4 기술을 완전히 독점하기 위해 알테오젠을 인수합병(M&A)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다만 양 사 M&A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2020년 체결한 비독점 계약을 ‘독점’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이 추진됐고, 결국 체결됐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키트루다 시밀러에 알테오젠의 ALT-B4를 적용할 수 없다. 머크만 키트루다 SC 제형을 만들 수 있다”며 “향후 머크가 개발할 추가적인 신약 개발과 상업화에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 변경으로 알테오젠은 돈방석에 앉게 됐다. 당장 계약금(signing fee) 2000만달러(약 266억원)를 손에 쥐게 됐다. 또 머크 키트루다 SC의 품목허가과 특허 연장, 누적 순매출 등에 따라 4억3200만달러(약 5767억원)의 추가 마일스톤(단계별 지급료)도 받을 수 있다. 최종 마일스톤 대금 수취 이후에는 키트루다 SC 판매 금액(순매출)의 일정 비율을 판매 로열티(수수료)로 받는 조건도 추가됐다. 앞선 계약 과정에서 확보한 마일스톤을 더하면 1조4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증권가 반응도 뜨겁다. 엄민용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2월 23일 ‘머크가 목숨 걸었다!’ 리포트를 내고 알테오젠을 섹터 톱픽으로 꼽았다. 엄 애널리스트는 “기존 계약(2020년) 당시 1개 제품당 최대 8540억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번 계약으로 키트루다 SC 제품에 대해 5767억원이 증액돼 최대 1조4000억원의 마일스톤 인식과 판매 로열티가 가능하게 됐다”면서 “우리나라 기업 중 머크와 같은 빅파마의 매출 일정 부분 이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기업이 있었는가”라고 되물었다. 현대차증권은 알테오젠 목표주가를 기존 11만5000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반면 판매 로열티 관련 구체적 조건 등이 모두 비공개라 당장의 가치 산정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로열티 비율이 낮더라도 향후 유입될 캐시카우인 만큼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로열티율에 대해 공개된 내용이 없어 가치 산정이 어렵다. 시장 투자 심리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유진투자증권도 리포트를 내고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다만 제시한 목표주가는 14만원(기존 9만원)으로 현대차증권과 차이가 크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6년 예상 당기순이익을 현가화한 값(할인율 8%)에 목표 주가수익비율(target P/E) 20배를 적용하고 ALT-B4 플랫폼의 가치 등을 합산한 값”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시밀러’로 영역 확장

ALT-L9 상반기 임상 종료

올해부터는 바이오베터뿐 아니라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성과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알테오젠은 글로벌 제약회사 제넨텍의 ‘루센티스’, 리제네론·바이엘의 ‘아일리아’로 대표되는 황반변성 치료제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에 있는 황반에 문제가 생기는 퇴행성 눈 질환으로, 세계적으로 노인 인구가 늘면서 황반변성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이 중 아일리아의 경우 오는 5월 미국 내 물질특허가 만료된다. 다만 미국에서는 물질특허 만료 후에도 제형특허 등의 문제가 남아 있다. 이를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2027년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출시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유럽 시장에서 먼저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선 2025년 11월에 물질특허가 만료된다. 이를 겨냥해 국내 기업들도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출시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알테오젠이 개발 중인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ALT-L9’는 현재 자회사인 알토스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올해 3월 내 임상 3상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봤다. 다만 증권업계는 3월보단 상반기 내 임상 종료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알테오젠 관계자도 “유럽 물질특허 만료 일정(2025년)에 맞춰 판매가 가능한 방향으로 계획을 잡고 있다. 상반기 중 임상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출시 후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증권가 관계자들도 ALT-L9 관련 구체적 발언을 꺼리는 배경이다.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당장 국내에서만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등 거대 바이오 기업들이 뛰어들었다. 오리지널 강세도 상당하다. 대항마로 등장했던 로슈의 황반변성 치료 신약 ‘바비스모’도 아일리아 오리지널의 강세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1호 (2024.03.20~2024.03.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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