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골프에 관한 이슈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몇몇 국내 골프장은 해외 인증 친환경 마크를 받기도 했다. 국내 골프장 및 용품 시장의 친환경 동향에 대해 알아보았다.

국내에는 아직까지 친환경 골프장 인증 제도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단 환경부에서는 전국 골프장 농약 사용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등 다양한 조사를 통해 환경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2022년 전국 골프장 555곳을 대상으로 농약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제주의 에코랜드GC는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방법으로 골프장을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의 의령 친환경 골프장도 마찬가지다. 에덴CC, 레이크힐스 제주CC, 천룡CC의 경우 3년 연속 농약 저사용 골프장으로 확인됐다. 농약 미사용 혹은 저사용 골프장들은 국내에서 잘 자라는 난지형 잔디인 조선 잔디를 페어웨이에 심거나 농약 사용을 줄이기 위해 천연식물 보호제를 사용했다. 또한 정기적인 공기 순환 작업을 실시해 잔디의 생육 조건을 개선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제주 지역에서는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친환경 골프장 인증제 도입이 전국 지자체 최초로 이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내외 사례 기반의 평가지표를 만들어 친환경 골프장을 관리하려는 시도다. 또한 제주도의 골프장 29곳 가운데 24곳이 참여해 지속 가능한 친환경 골프장 운영·관리와 지역 상생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골프장들은 농약, 지하수 사용 최소화 등을 적극 추진하며 협력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친환경 인증받은 국내 골프장은 해슬리가 최초
해외 골프장에서는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영국의 GEO를 통해 친환경 인증을 받는 골프장이 늘어나고 있다. GEO는 전 세계 골프장의 지속 가능성 및 환경 친화성 등을 전문적으로 평가해 친환경 골프장 인증을 진행하는 인증기관이다.
국내 최초로 2014년 GEO로부터 ‘친환경 골프장’ 인증을 받은 곳은 CJ에서 운영하는 해슬리다. 이후 2017, 2020, 2023년에도 GEO 재인증을 받았다. 2023년 당시 GEO 인증 절차를 담당한 발렌타인 고딘은 “해슬리는 서식지 보존 및 수자원 관리에 대한 강력한 제한을 통해 환경 관리에 대한 큰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CJ에서 운영 중인 나인브릿지 역시 2019년 처음 GEO 인증을 받고, 2022년에 다시 인증을 받았다. 한라산 해발500m 높이에 자리 잡은 나인브릿지가 추구하는 친환경성을 세계적으로 검증받고자 GEO 인증을 추진했다고 한다.
현재 해슬리와 나인브릿지 모두 2025년까지 인증 마크가 유지되며 2026년에는 재인증을 받아야만 인증을 유지할 수 있다.
최근 대중제 골프장으로는 처음 GEO 인증을 받은 골프장이 있다. 경기도 포천의 샴발라CC다. GEO 국제 인증은 업계 표준 모범 사례를 성공적으로 제시하고 지속 가능성을 핵심으로 하는 골프장이 되겠다는 약속을 입증해야 한다.

GEO 인증을 위해서는 3가지 요소 충족해야
GEO 인증은 다음과 같은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다. 우선, 지속 가능한 골프장 운영을 위한 필수 인증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후 공식적인 제3자의 감사를 통해 검증을 수행한 후 통과해야 한다. 공식적인 제 3자의 감사는 GEO가 인증한 독립적인 검증 기관을 통해 이루어진다.
검증에는 3가지 요소가 체크된다. 첫째 자연적 요소다. 야생동물의 서식지와 생물 다양성이 골프장에 얼마나 존재하는지 여부다. 제주 나인브릿지에는 총 5105종의 식물 유형이 있으며 개울 주변에 많은 서식지가 보존되어 있다고 평가받았다. 최적의 잔디와 토양 건강 유지 및 책임감 있는 화학물질 사용에 대한 검토도 검증 요소에 포함된다. 2020년부터 샴발라CC는 4가지 복합 미네랄이 함유된 액비료를 사용해왔다고 인증받았으며 전체적인 비료 사용 총량은 감소했다.
두 번째는 자원의 활용이다. 물과 에너지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이를 최소한으로 사용하기 위해 노력했는지에 대한 조사다. 해슬리는 기후변화로 인해 물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지역 기상 관측소를 도입했다. 또한 폐기물 재활용 비율이 약 20% 정도로 크게 증가해 긍정적인 점수를 받았다.
마지막으로는 지역사회 기여도가 측정된다. 자원봉사 및 자선 활동, 공정한 고용 기회 제공,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홍보가 이에 속한다. 샴발라CC는 장애인 골프대회, 주니어 골프 토너먼트 등을 개최해 지역 주민에게 뜻깊은 경험을 제공했다고 판단돼 인증 마크를 받을 수 있었다.

골프용품도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골프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골프장의 농약 사용 때문만은 아니다. 잃어버리는 골프공과 골프티 같은 용품도 이에 포함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페블비치 앞 골프공들이 잔뜩 가라앉은 바다 바닥에서 물개 한 마리가 찍힌 사진이 화제가 됐다. 골프공은 우레탄 등의 소재로 만들어져 지속적으로 자연에 방치될 경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골프공이 유실돼도 민원접수 전까지는 국가에서 먼저 유실 볼을 처리할 의무가 없다고 한다.
골프공뿐만 아니라 골프티도 환경에 영향을 준다. 업사이클링 골프티를 제작하는 삼공장의 김승래 대표에 따르면 “나무로 만들어진 골프티는 원료인 나무를 벌목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미 환경문제가 발생하며 티가 부러지면 사용자는 그 자리에 버리고 가게 된다. 이는 전혀 재활용되지 않는 완전 소비재로 볼 수 있다. 플라스틱 골프티는 새로운 합성 플라스틱을 사용해 만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구의 플라스틱 양을 증가시키는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오비맥주에서는 골프 친환경 굿즈 선보여 다행인 점은 코로나19 이후 친환경 제품을 찾는 골퍼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젊은 골퍼들 사이에서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적 소비가 중요해지고 있다. 제품의 품질뿐만 아니라 그 제품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되면서 친환경 골프용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다양한 친환경 골프용품이 등장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퇴역 항공기를 재활용한 업사이클링 굿즈를 출시했다. HL7721항공기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나온 자재를 활용해 만들어진 네임태그와 대한항공 네임태그 삼공장 골프티 골프 볼마커다. 굿즈는 사용된 동체 부분에 따라 부분적으로 색상이 다르다.
오비맥주는 푸드 업사이클 전문 기업 리하베스트와 함께 맥주박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맥아분 골프티를 내놨다. 맥주박(맥아를 활용하고 남은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한 리너지 맥아분은 주로 식품 분야에서 대체 밀가루로 활용되어왔다. 오비맥주는 이를 생분해 플라스틱과 결합해 맥아 분 골프티를 만들었다. 맥아분 골프티는 일반 골프티 대비 플라스틱 사용량을 7% 절감했으며, 매립 시 6개월 이내에 자연에서 100% 완전 분해되는 것이 특징이다. 포장재 또한 친환경 재생 펄프 용지를 사용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아이디어 골프 상품도 출시
삼공장의 업사이클링 골프티는 버려지는 병뚜껑을 모아 제작되는 골프티다. 나무를 벌목할 필요가 없고 부러지지 않는다. 플라스틱 총량을 늘리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삼공장은 3D 프린터를 활용한 네임태그, 볼마커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용품들은 모두 옥수수전분으로 만든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PLA를 이용해 제작된다. 소품종 대량생산이 아닌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측면에서 커스터마이징된 골프용품을 제작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부트온에서는 헌 골프공을 분해하고 재성형해 새 골프공으로 재탄생시킨 친환경 골프공을 생산하고 있다. FAR5 에코볼은 수거된 헌 골프공을 레이저 기술로 분해해 원재료화시킨 후 다시 조합해 새로운 골프공으로 탄생시키는 기술을 적용했다. 부트온 관계자는 “독일의 판트 제도라는 재활용 시스템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판트 제도는 독일의 공병 회수 제도다). 유럽은 재활용한 후 다시 업사이클링하는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고 그에 따른 상품 또한 긍정적으로 인식하며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친환경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아직은 친환경 제품이 골프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는 않다.
이런 제품들을 시작으로 친환경 제품을 알리고 구매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면 한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