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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070 안 통하니 010으로 조작...54억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

진영화 기자
입력 : 
2024-03-21 07: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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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번호 변작중계기 밀반입
170명에게서 54억원 빼돌려
검찰, 中·태국인 등 21명 기소
“해외 총책·조직 윗선 추적중”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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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임을 짐작할 수 없도록 발신번호를 앞자리 ‘070’를 ‘010’로 변작하는 중계기로 국내에서 보이스피싱을 벌여 50억원 이상 가로챈 외국인 일당이 검거됐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중국과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이티 등 4개국 출신으로 구성된 발신번호 변작 보이스피싱 조직을 적발해 21명을 범죄단체가입·활동, 사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조선족 총책인 일명 ‘골드’가 중국 옌지(延吉·연길)에 거점을 두고 만든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중계기 관리책, 환전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활동하며 피해자 170명에게서 약 54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 조직은 유십침을 여러개 장착해 발신번호를 조작할 수 있는 변작중계기를 국내로 밀반입해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행을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계기는 중국 등 해외에서 070으로 시작하는 국제·인터넷 번호로 걸어도 이 장치를 통해 ‘010’으로 시작하는 일반 휴대 전화번호로 바꿀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화금융사기 조직은 최근 070으로 시작하는 전화에 대해 일반 시민이 사기 또는 광고 등을 이유로 잘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자 이 변작 중계기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조직은 초기에 조선족을 조직원으로 모집하다가 여의치 않자 소셜미디어(SNS)에 영어, 태국어 등으로 ‘숙소 제공’, ‘고액 수당’ 같은 문구를 써 유인했고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들이 조직에 합류했다. 중국에 있는 총책에게 텔레그램으로 구체적인 범행을 지시받은 이들은 가담 기간에 따라 매주 50만∼100만원의 수당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단은 일반 원룸으로 위장돼 있던 중계소 11곳과 부품보관소 4곳을 적발하고 작동 중이던 중계기 642대(784회선)를 압수했다. 대포유심 3420개, 공유심 4663개 등도 압수됐다. 합수단은 국내에서 활동한 조직원들 외에 중국에 있는 총책과 윗선 조직원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추적 중이다.

김수민 합수단 단장은 “보이스피싱 변작 중계기 운영 조직원 수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조직을 검거했다”며 “이 조직으로부터 회선을 구입해 보이스피싱 범행을 벌인 콜센터 조직 역시 추적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합수단은 2022년 7월 출범한 이후 현재까지 보이스피싱 범행 관련해 433명을 입건하고 150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피해 금액은 2021년 7744억원에서 2022년 5438억원으로 약 29.7% 감소했으며 지난해 피해 금액은 4472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7.8% 줄었다. 연간 피해액이 4000만원대로 내려온 건 2018년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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