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쟁점 1~2개는 후속 협의
추후 완전타결땐 각료간 MOU
韓에 우라늄 농축·재처리 허용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왼쪽)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을 방문하기 위해 워싱턴DC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정동을 방문했다. 김 실장과 김 장관은 한미 무역합의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한미 조선협력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대해 백악관 당국자들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10/20/news-p.v1.20251017.323a5c446b414e33a1bb6e1a862cbdd5_P1.jpg)
한미 양국이 오는 29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한미정상회담 합의문에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약 495조원)를 투자하고 미국은 한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춘다’는 내용의 문구를 담을 예정이다. 한미 관세협상 내용이 구체적인 문서로 도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정상 간 합의문에 기반해 후속 협상을 통해 한미 각료 간 관세 협상 양해각서(MOU)를 최종 타결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한국에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하는 방향성을 담은 문구도 한미 정상 합의문에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안 교착 상태였던 한미 관세협상과 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한 진전된 합의 내용이 문서로 기록된다는 뜻이다.
20일 대통령실과 정부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주 미국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면담하며 한미정상회담에서 체결될 정상 간 합의문에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양국 간 합의된 내용을 반영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가 35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펀드를 조성해 미국 현지 투자에 나서고, 미국 정부는 한국산 수입품에 매기는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한다는 큰 틀의 합의가 골자다. 중장기 분할 투자 등 한미 양측이 도출한 세부 합의는 정상 합의문 팩트시트(세부 사항이 담긴 요약문)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이 밝힌 1~2개 쟁점 사안은 후속 협상에서 조율하면서 추후 MOU에 담는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후속 협상을 통해 투자처 선정 방식과 펀드 내 현금·융자·보증 비중 등 남은 쟁점에 대한 한미 합의도 도출한다는 목표다. 대통령실은 “한미 관세협상 세부안은 현재 협의 중”이라며 “MOU 체결은 경주 한미정상회담 이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한미 정상 간 합의문에 한국의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하는 쪽으로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는 문구도 반영하기로 했다.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와 관련,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협상할 예정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오른쪽)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16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하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10/20/news-p.v1.20251016.fa082af3dd50423aa31e727bae9e2c7e_P2.jpg)
한미 양국이 다음주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에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하는 내용의 문구를 한미 정상 합의문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숙원 사업이었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추진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1974년 한미 원자력협정이 제정된 이래 미국이 한국에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하는 것을 문서화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30일 관세협상 잠정 합의 이후 3개월여 만인 이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한을 계기로 양 정상 간 합의문에 관세협상 합의안을 문서화하기로 했다. 한미 간 관세협상 내용을 문서화하는 것 또한 이번이 처음이다.
20일 대통령실과 정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이 오는 29일 한미정상회담 후 합의문에 한국의 우라늄 농축·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방향성을 명시하기로 하면서 한미 원자력 고위급위원회(HLBC)가 재가동될 전망이다. 한국 외교부 차관과 미국 에너지부 부장관이 공동의장을 맡는 HLBC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정식 개정 작업에 앞서 현 협정 체계 내에서 가능한 20% 미만 우라늄 농축을 위한 협의도 이뤄질 수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에선 우라늄 동위원소가 오직 20% 미만인 경우에 한해 농축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 우라늄 농축의 경우 양국 정부 간 서면 약정서가 도출되면 영구적 효력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우라늄 농축 시설을 신설하더라도 추가 서면 약정서는 요구되지 않는다.
앞서 조현 외교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한국의 우라늄 농축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양국이 잠정 합의하고 합의문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 도출될 합의문에 이제까지의 양국 관세협상 합의 내용이 반영될 예정이다. 한국은 미국에 3500억달러(약 495조원)를 투자하고, 미국은 자국 시장에서 한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한다는 내용과 함께 투자 기간 등의 합의 내용 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7월 30일 관세 협의를 타결하고 8월 말 백악관에서 진행한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양측은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관련 내용이 반영된 문서가 일체 도출되지 못했던 터라 이번 문서화로 관세협상 양해각서(MOU) 체결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지난주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된 한미 고위급 각료 간 협의 결과, 미국 측은 35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펀드를 전액 현금으로 선불하라는 요구를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은 최대 10년에 걸쳐 프로젝트별로 분할 투자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미국 측이 이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가 대미투자펀드 조성의 필요조건이라고 했던 한미 간 무제한 통화스왑의 필요성은 크게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