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말하자면 은행이 대출을 내주기 전 증빙 서류가 진짜인지 점검하고, 부동산 담보는 주소에 실제로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라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당연히 수행돼야 할 과정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아 '특별 규제안'을 만든 셈이다.
4대 금융그룹은 지난해 16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연간 증가율은 10%에 달한다. 경기침체 상황을 고려하면 고속 성장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같은 기간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인 고정이하여신은 35% 불었다. 단순 비교하자면 부실 대출이 순이익보다 3배 빠르게 증식한 셈이다.
전체 여신에서 연체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4대 금융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023년 0.5% 안팎에서 지난해 0.6~0.7%로 치솟아 1%를 향해 가고 있다. 대출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때 감당할 능력을 가리키는 고정이하여신 커버리지 비율도 40%포인트 급감했다.
주요 금융사의 목표는 '밸류업'이다. 주식시장에서 대부분 국내 은행은 저평가받고 있는데, 가치를 끌어올려보자는 것이다. 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배당을 늘리고 있다. 주주에게 더 많은 것을 돌려주겠다는 취지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가치 향상보다 더 중요한 건 기본에 충실한 게 아닐까. 최근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금융그룹 3개사에서 적발된 부당대출만 3875억원에 달했으며, 대부분은 부실대출로 전환했다. 임원과 아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평가 없이 나가는 돈이 그토록 많다는 것이다. 이래서는 고객이 K금융의 위상에 찬사를 보내기는커녕 '황당하다'는 평가를 내릴 뿐이다. 모래 위에 밸류업을 하지 않기 위해선 상식에 부합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박창영 금융부 hanyeahwest@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