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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24시] 모래위에 밸류업하지 않게

박창영 기자
입력 : 
2025-02-10 17:21:53
수정 : 
2025-02-10 17:3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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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대규모 대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은행권 여신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규제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은행은 대출 서류의 진위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부동산 대출에 대한 제삼자 현장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또한 최근 금융그룹에서 적발된 부당대출은 3875억원에 달하며, 기본적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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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여신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규제안을 마련했다. 대규모 대출 사고가 빈번해지자 제도적 해결책을 내놓은 것이다. 규제안에 따르면 향후 은행은 대출에 활용되는 중요 서류 진위 확인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부동산임대업 대출이 부당 취급되는 걸 막기 위해 제삼자 현장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은행이 대출을 내주기 전 증빙 서류가 진짜인지 점검하고, 부동산 담보는 주소에 실제로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라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당연히 수행돼야 할 과정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아 '특별 규제안'을 만든 셈이다.

4대 금융그룹은 지난해 16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연간 증가율은 10%에 달한다. 경기침체 상황을 고려하면 고속 성장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같은 기간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인 고정이하여신은 35% 불었다. 단순 비교하자면 부실 대출이 순이익보다 3배 빠르게 증식한 셈이다.

전체 여신에서 연체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4대 금융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023년 0.5% 안팎에서 지난해 0.6~0.7%로 치솟아 1%를 향해 가고 있다. 대출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때 감당할 능력을 가리키는 고정이하여신 커버리지 비율도 40%포인트 급감했다.

주요 금융사의 목표는 '밸류업'이다. 주식시장에서 대부분 국내 은행은 저평가받고 있는데, 가치를 끌어올려보자는 것이다. 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배당을 늘리고 있다. 주주에게 더 많은 것을 돌려주겠다는 취지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가치 향상보다 더 중요한 건 기본에 충실한 게 아닐까. 최근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금융그룹 3개사에서 적발된 부당대출만 3875억원에 달했으며, 대부분은 부실대출로 전환했다. 임원과 아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평가 없이 나가는 돈이 그토록 많다는 것이다. 이래서는 고객이 K금융의 위상에 찬사를 보내기는커녕 '황당하다'는 평가를 내릴 뿐이다. 모래 위에 밸류업을 하지 않기 위해선 상식에 부합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박창영 금융부 hanyeahwes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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