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스타트업 캠퍼스'
프랑스 스테이션 F 가보니
민간기업인 사비 투입해 완성
기차역 개조해 창업거점 변신
한지붕 아래 혁신시너지 모색
애플·MS·메타 글로벌기업도
될성부른 스타트업 찾아 입주
"1분 거리 소통·협업 가능해"
프랑스 스테이션 F 가보니
민간기업인 사비 투입해 완성
기차역 개조해 창업거점 변신
한지붕 아래 혁신시너지 모색
애플·MS·메타 글로벌기업도
될성부른 스타트업 찾아 입주
"1분 거리 소통·협업 가능해"

스테이션 F는 길쭉한 기차역 플랫폼 구조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에 있던 기차역(station)을 폐쇄한 뒤 개조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들어갈 때에도 개찰구에 카드를 찍고 들어간다. 원래 용지였던 기차역에 들어서는 느낌을 주자는 발상에서 착안한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캠퍼스는 3개의 큰 '몸통'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는 입주자들이 대강당에서 사업 프레젠테이션(PT)을 하거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셰어존(Share Zone)'이다. 두 번째로는 스타트업과 글로벌 빅테크 등이 사업과 관련해 실질적인 업무를 진행하는 '크리에이트존(Create Zone)', 마지막으로는 푸른색 난초들이 거대한 기차 모형을 감싸고 있는 떠들썩한 식당가 '라펠리시타(La Felicita)'가 연결돼 있다.

약 1만285평 크기의 스테이션 F는 세계 최대의 스타트업 캠퍼스다. 작은 스타트업들이 이곳에 앞다퉈 입주하려는 것은 '소통의 허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캠퍼스의 두 번째 부분인 '크레에이트존'에 들어서자 스테이션 F에 입주해 있는 수많은 글로벌 대기업의 로고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로레알, LVHM. 이름만 대도 알 만한 이 기업들은 스테이션 F에서 성장하는 스타트업을 주목하고 가까이에서 소통하길 원하는 수많은 대기업 중 일부에 불과하다.
바캉 텅제 스테이션 F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불과 1분 거리에서 언제든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며 "이 정도로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한 스타트업 캠퍼스는 전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 이것은 마법과도 같다"고 말했다.
텅제 디렉터에 따르면 매년 스테이션 F 내 입주 기업들과 기성 기업들 간 최소 30여 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그는 "메타는 미래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자사 기술에 쓰일 스타트업을 물색하고 있다"며 "애플을 통해 앱 서비스를 원하는 스타트업도 스테이션 F의 애플 상주직원과 직접 소통하는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터스 프로그램은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한 초기 스타트업이 참여한다. 파운더스 프로그램은 스테이션 F가 직접 선정하는 유망 스타트업도 구성된다. 파운더스 프로그램에 선정된 스타트업의 40%는 실제 기업으로 성장해 캠퍼스를 '졸업'하게 된다. 네이버가 스테이션 F에서 조성한 '그린 스페이스'에서 첫출발을 했던 챗봇·자연어처리(NLP) 유니콘 스타트업 '허깅페이스'도 이 과정을 거쳤다.
그래듀에이트 프로그램은 보다 성숙한 기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에 도움을 준다. 일부는 스테이션 F에서 지분을 사들여 직접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스테이션 F에 따르면 현재 약 500개가 넘는 투자 기관과 제휴를 맺고 있다.

스테이션 F는 민간 조직이다. 프랑스 통신사 프리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로 알려진 자비에 니엘이 사비 2억5000만유로를 투자해 2017년 완성했다. 이 같은 민간 차원의 노력에 더해 프랑스 정부의 일관된 스타트업 지원 정책은 '스타트업 불모지'였던 프랑스를 더욱 스타트업 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고 있다. 프랑스의 스타트업 정책지원 기관 라프렌치테크에 따르면 2010년 약 9억유로에 불과했던 프랑스 내 스타트업 투자 유치액은 2022년 150억유로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 액수로, 처음으로 독일을 추월한 것이며 유럽 내외에서 영국 다음으로 가장 큰 규모를 기록한 것이기도 하다.
라프렌치테크 관계자는 "프랑스가 높은 세금을 부과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우리 법인세는 25%로 유럽 평균을 밑도는 수준"이라며 "연구개발(R&D) 세금 역시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고 외국인용 '스타트업' 비자 발급 기간은 평균 2주로 독일(12주)과 영국(8주)에 비해 매우 짧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파리 한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