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대개조 미래 반도체 치열한 연구개발 현장
서울대교수 창업 스타트업
초미세·초저전력 개발 몰두
"고난이도 양자물리학 적용
영하 273도서 작동 실험"
1세대 DPU 개발 성과도
AMD와 협업해 칩 제조
서울대교수 창업 스타트업
초미세·초저전력 개발 몰두
"고난이도 양자물리학 적용
영하 273도서 작동 실험"
1세대 DPU 개발 성과도
AMD와 협업해 칩 제조

서울대학교 고성능 컴퓨터 시스템 연구실. 연구원들은 반도체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신개념 미래 반도체이자 인류 기술의 발전을 이끌 '초미세·초저전력 반도체'를 실현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초미세·초저전력 반도체는 반도체 소자 크기가 아주 작으면서 소자당 계산이나 저장 성능은 향상된 제품이다. 동시에 소자 하나가 소비하는 전력도 낮다.
김장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초미세·초저전력 반도체는 현세대 기술이 아닌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라며 "현재 기술로는 미래가 요구하는 성능과 전력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그간 반도체 업계에서는 반도체 소자를 작게 만들어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반도체 소자를 구성하는 전략을 펼쳤다. 이를 통해 원가 절감이 가능했으며 단일 반도체에서 전류가 흐르는 물리적 거리를 줄여 반도체 성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이 전략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한 면적에 반도체 소자를 많이 구성할수록 전력 사용량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기술로는 반도체 소자 크기가 줄어드는 만큼 각 소자가 소비하는 전력을 크기에 비례해 감축할 수 없다.
더군다나 최근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현재 인류 사회를 선도하는 서비스들이 요구하는 반도체 계산량과 이에 따른 에너지 소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법이 바로 초미세·초저전력 반도체다. 초미세·초저전력 반도체를 실현할 방안으로 '초저온·초전도 반도체'가 제시된다. 초저온·초전도 반도체는 양자물리학이 적용되는 등 기술적 난도가 높다. 김 교수는 "초저온·초전도 반도체는 상온이 아닌 절대온도 0도(영하 273도)에서 작동해야 한다"며 "초저온에서 구동돼야 하는 양자컴퓨터에서는 이미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실 연구원들이 주축이 되어 창업을 한 망고부스트는 이미 '데이터처리가속기(DPU·Data Processing Unit)'라는 미래 반도체를 만들었다. DPU는 데이터 이동과 처리를 가속하는 반도체로 데이터센터가 컴퓨팅 인프라의 핵심으로 부상한 가운데 데이터센터가 안고 있는 고비용·전력 과다 사용 문제를 풀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으로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이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곳은 해외에서도 엔비디아나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 등 극소수 빅테크뿐이다.
망고부스트는 1세대 DPU 개발을 완료하고 글로벌 업체들과 데이터센터에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설립 약 2년 만에 기업가치(포스트밸류) 3억500만달러(약 4010억원)를 인정받기도 했다.
김 교수는 반도체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씨앗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교수는 "높은 난도로 미국과 일본의 소수 대기업이나 연구소 위주로 연구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우리를 포함해 일부 양자컴퓨터 연구팀 등에서 이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향후 5년 동안 해당 분야에서 중요한 기술이 빠르게 개발되고 실제 반도체 제품 도출에 점진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국가 반도체 개발 전략의 부재다. 김 교수는 "개발 전략이 근미래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 집중돼 있어 장기적인 연구개발 아이템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며 "당장 초저온·초전도 반도체 개발 설비는 국내에 한 곳도 없는데, 이 설비는 많은 예산이 필요한 것이 아니므로 정부와 대기업이 관련 연구개발이나 지원에 관한 필요성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DPU(데이터처리가속기)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환경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특화된 시스템 반도체. 주요 기능은 데이터 처리, 네트워킹, 보안, 저장 등이며 클라우드 컴퓨팅, 에지 컴퓨팅은 물론 인공지능 분야까지 널리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재원 기자 / 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