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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미워도 다시 한 번…삼성전자·하이닉스 ‘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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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매니저 564人이 뽑은 상반기 포트폴리오

“도통 살 만한 종목이 보이질 않는다.”

한국 증시를 향한 개인 투자자의 성토다. 반도체와 석유화학·철강 등 주력 산업이 위기론을 마주한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과 ‘관세 폭탄’ 우려까지 대두돼 증시 전반이 침체된 탓이다.

공포가 증시를 잠식하고 있는 상황. 그럼에도 눈여겨볼 종목은 있다. 올해는 바이오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반등이 기대된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가 부진으로 투자자 속을 썩인 삼성전자의 경우 미워도 다시 한 번 관심을 줄 만하다. 펀드매니저 564명과 함께 올해 상반기 한국 증시 투자법을 살펴봤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1월 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CES 2025’ 현장을 방문해 SK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1월 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CES 2025’ 현장을 방문해 SK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비중 확대 1 반도체·바이오

삼성전자, 다시 믿어볼 만

지난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증시를 이끈 반도체 섹터를 향한 기대감은 올해도 유효하다. 여전히 빅테크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관련 설비 투자가 지속되고, 이 과정에서 AI 가속기 필수재로 꼽히는 HBM 수요가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특히 AI 가속기 발전에 따라 탑재 요구되는 HBM 수도 늘어나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주목해야 한다는 이가 다수다. 각각 105명의 펀드매니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편입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각기 다르다.

삼성전자에는 ‘한국 시장을 사자’는 인식이 담겨 있다. 역사적 저점 수준인 유가증권 시장(코스피)에 투자하는 셈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15일 기준 코스피 PBR은 0.87배다. PBR은 주가를 장부 가치로 나눈 것으로, 숫자가 작을수록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도 0.94였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한국 증시 반등의 시간은 올 것이고,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도 덩달아 주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삼성전자에 관심을 두는 배경이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펀드매니저 A씨는 “위기론을 마주한 상황에서도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2023년 대비 크게 개선됐고 자사주 매입 등 주가 개선 의지도 분명하다”며 “HBM 성과가 가시화될 시점에 큰 폭의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15일 이사회에서 향후 1년간 총 10조원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는 계획을 의결했다.

SK하이닉스는 사업 자체로 주목받는다. AI 반도체 시장 핵심인 HBM을 주도하고 있어서다. 한국 증시 상황과 별개로 SK하이닉스에 외국인 투자자 매수세가 쏠리는 배경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15일까지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종목 1위는 SK하이닉스다. 순매수액만 8609억원에 달한다. 2위를 기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1667억원)와 차이가 크다. 증권가도 긍정적 전망을 내놓는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향후 SK하이닉스 주가 상승 요인으로는 HBM3E 12단 공급 물량 확대와 HBM4 조기 공급을 통한 추가적인 실적 개선 등을 기대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편입 비중을 확대한 펀드매니저도 상당수다. 특히 한국 바이오의 두 거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주목을 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편입 비중 확대를 예고한 펀드매니저는 각각 24명, 26명으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이은 수주 신기록으로 눈길을 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월 14일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유럽 소재 제약사와 14억1011만달러(약 2조747억원) 규모 초대형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창립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전체 수주 금액(5조4035억원)의 40% 수준이다.

셀트리온 비중 확대 배경엔 매출 증가 기대감이 자리한다. 셀트리온은 올해 ‘직접판매(직판)’ 전략을 통해 연매출 5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통상 국내 기업은 해외 파트너사를 통해 해외 시장에 의약품을 공급한다. 법과 제도나 보험 시장 유형 등이 달라서다. 다만 파트너사를 통할 경우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각종 수수료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이에 셀트리온은 해외 법인을 늘리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직판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올해 일부 국가에 추가적인 법인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테오젠 편입 비중을 늘리겠다고 답한 펀드매니저도 28명에 달한다. 알테오젠은 지난해 국내 바이오 기업 중 최고 스타다. 정맥주사(IC)를 피하주사(SC)로 바꿔주는 기술인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ALT-B4’로 대박을 터트렸다. 증권가 기대감도 상당하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알테오젠의 현 주가에는 머크 키트루다SC, 다이이찌산쿄 엔허투SC 등의 가치도 제대로 반영이 돼 있지 않다”며 “올해는 키트루다SC 허가 완료, 임상 개시에 따른 마일스톤 등 국내 바이오텍 가운데 최초로 수천억원 또는 그 이상 의미 있는 현금흐름을 시장에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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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5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 Morgan Healthcare Conference·JPMHC)에서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5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 Morgan Healthcare Conference·JPMHC)에서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4호 (2025.01.22~2025.02.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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