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후, 4050세대가 골프웨어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소비력 있는 4050세대의 반란
“MZ 타깃의 트렌디한 디자인”, “MZ세대 겨냥한 00라인 출시”… 지난 몇 년간 골프웨어의 화두는 단연 ‘MZ’였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2030세대가 대거 이탈하며 호황을 누리던 골프웨어 업계는 부진에 빠졌다. 2030세대가 빠져나간 데는 그린피 등 골프장 이용료가 오른 영향도 크다. 한국골프학회에서 발표한 논문 <MZ세대 골퍼의 골프 만족이 골프 비용에 미치는 영향>에 의하면 영 골퍼들에게 골프 비용은 골프를 지속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드는 비용이 큰 만큼 골프용품 지출은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 MZ세대로 인한 반사이익이 분명 있었다”면서도 “그들이 계속 골프를 영위하기에는 돈뿐만 아니라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든다”며 “골프는 물질적·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스포츠”라고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구매력을 갖춘 4050세대가 흔들리는 골프웨어 시장을 지탱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이커머스 시장에 유입된 4050세대의 온라인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40~60대 전자상거래 이용률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50대 이용률이 2019년 44.1%에서 2020년 60.2%로 크게 늘었다.
4050세대 타깃 패션 플랫폼의 현황을 살펴보면 체감이 쉽다. 중장년층 패션 플랫폼 퀸잇은 4050세대의 잠재된 구매력을 수치로 입증한 사례다. 2020년 9월 론칭 이후 현재 앱 다운로드 수 600만, 2023년까지 매년 거래액 성장률이 평균 95%에 이른다. 폭발적인 성장세다. 퀸잇을 전개하는 라포랩스 최희민 대표는 “45~59세는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한다”며 “40~50대 인구 구조를 바탕으로 구매력 높고 자산이 많은 그들에게 모바일 시장의 가능성을 봤다”라고 설명했다. 퀸잇은 입점된 국내 여성 브랜드 수만 1800여 개로 4050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를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 골프웨어 카테고리 또한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다. 최희민 대표는 “골프웨어 카테고리는 론칭 이후 매달 20% 이상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 골프웨어 브랜드 입점을 적극 유치해 골프 카테고리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1년 7월 론칭한 카카오스타일의 4050 패션 플랫폼 포스티 또한 성장세가 뚜렷하다. 2023년을 기준으로 2022년 대비 거래액은 2.5배, 평균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42% 증가했다. 골프 카테고리의 거래액은 최근 3개월(3~5월) 기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0% 늘었다. 포스티는 2023년 10월 골프 전문관을 오픈했다. 카카오스타일 관계자는 골프 카테고리 운영 전략에 대해 “골프웨어의 계절성을 고려해 상품을 빠르게 소싱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이는 것을 최우선하고 있다”며 “4050 고객은 구매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품 품절로 인한 고객 피로도를 낮추기 위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포스티는 하반기 본격적인 골프 시즌을 맞아 프리미엄 골프 브랜드를 추가 확보하고, 향후 골프웨어뿐만 아니라 골프용품까지 상품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골프 시장 주도하는 4050을 잡아라
4050세대를 관통하는 수식어가 있다. ‘X세대’와 ‘액티브 시니어’다. X세대는 베이비붐 세대 이후 태어난 1965년에서 1980년생을 일컫는다. 현재 나이 40대 중반에서 50대 후반이 여기에 속한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X세대는 다른 나이대에 비해 자산 축적이 가장 빠른 세대다. 기성세대의 관습을 거부하고 개성을 추구했던 이들답게 트렌드에도 민감하다. ‘액티브 시니어’는 시간적·경제적 여유를 가진 50세 이상을 말한다. 사회 활동에 활발하고 골프와 같은 운동과 여행, 문화생활을 향유하기 위해 기꺼이 투자하는 소비자 특성을 지닌다.
크리스에프앤씨에서 운영하는 골프 레저 통합 플랫폼 버킷스토어는 ‘X세대’ 진성 골퍼가 주 소비자다. 버킷스토어는 2024년 2월, 기존의 크리스몰을 리브랜딩해 론칭한 골프 및 아웃도어, 스포츠 전문 쇼핑몰. 현재 100여 개 넘는 골프 브랜드가 입점되어 있다. 버킷스토어 강필준 이사는 “이용자 중 40~50대 연령이 절대 다수”라며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와 관여도가 높고 이탈률이 적은 것이 4050세대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버킷스토어는 상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스타일링 제안 등 자체 콘텐츠를 제작해 선보이고 있다. 골프웨어 착장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한편 다양한 브랜드 경험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강필준 이사는 “자사 브랜드의 경우 탄탄한 히스토리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액티브 시니어까지 고객 연령층이 폭넓게 분포되어 있다”고 밝혔다.
4050세대가 주목받으면서 골프웨어 업계는 다시 진성 골퍼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본래 40대 이상을 타깃으로 했던 골프웨어 브랜드는 어떨까. 이 상황을 반기지는 않을까. 모 골프웨어 브랜드 관계자는 오히려 고충을 토로했다. “구매 연령대가 높아졌다고 해서 마냥 유리하지만은 않다. 코로나19 시기 유입된 신규 브랜드가 워낙 많다 보니 고객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졌다. MZ를 부르짖던 골프웨어까지 이제 진성 골퍼를 겨냥한다.”
온라인 구매 경험을 쌓은 4050세대들의 소비 형태가 달라진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누가 4050세대 골퍼들의 마음을 훔칠지 골프웨어 시장의 지형도가 궁금해진다.
필드와 휴양지 어느 곳에서도 빛을 발할 서머 골프웨어 컬렉션.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세련된 리조트 룩
링스는 편안한 실루엣을 바탕으로 휴양지의 여유로움을 한껏 담아냈다. 링스 디자인실 김주 실장은 서머 시즌 콘셉트를 이렇게 설명한다. “캘리포니아 어느 리조트에 머물며 느낄 법한 정서적 안정감과 휴식을 표현했어요. 리조트 골프의 즐거움과 럭셔리한 삶에 대한 로망을 담았죠.” 크로셰 디테일이 가미된 칼라 니트와 테이퍼드 팬츠는 일상에서 입기 좋은 활용도 높은 조합. 화이트와 베이지 컬러가 온화하게 어울려 편안하면서도 캐주얼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휴양지라고 매일 느슨하게 늘어지란 법은 없다. 럭셔리 리조트나 호텔에 묵고 있다면 때로는 격식을 갖춘 복장도 필요한 법. 세인트앤드류스는 포멀한 디자인에 트렌디 한 스푼을 더한 듯한 절제된 룩을 선보인다. 유니크한 질감의 칼라 니트와 멋스러운 조거 팬츠, 가죽 보스턴백의 매치가 고급스럽기 그지없다.
트래비스매튜의 서머 룩에서는 클래식한 향수가 풍겨 나온다. 허리에 큼지막한 리본 벨트가 달린 쇼트 팬츠는 어떤 톱과 매치해도 룩이 확 살아나는 기특한 아이템. 여기에 부드러운 옐로 컬러로 화사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루스한 핏의 프리미엄 코튼 소재 티셔츠는 플라워 아플리케 장식을 적용해 페미닌한 요소가 돋보인다.


여행의 설렘과 활기를 담은 트렌디 룩
여름 하면 떠오르는 프린트가 바로 페이즐리. 레트로한 무드와 트렌디한 개성을 동시에 자아내는 페이즐리 프린트는 여름 시즌이면 돌아오는 골프웨어의 단골 소재다. 먼싱웨어는 미니 길이의 원피스와 버킷햇을 활용해 한가롭고 청량한 분위기를 냈다. 먼싱웨어 관계자는 경량 원단의 가벼움을 룩의 장점으로 어필했다. “2024 S/S 시즌 컬러인 스카이블루와 에스닉한 페이즐리 패턴이 생동감을 선사하죠. 풍성한 주름의 원피스가 체형 보정 효과는 물론 여성스러움을 강조해줄 거예요.”
골프 & 리조트 웨어를 표방하는 사우스케이프의 서머 룩은 휴양지에 딱 들어맞는다. 가드니아 프린트가 싱그러운 칼라 셔츠, 스포티한 디자인의 하프 팬츠, 캐주얼한 데님 버킷햇까지 스타일과 활동성을 두루 갖췄다. 기능성 소재를 사용해 야외 활동에 적합한 것은 물론이다.
말본골프는 스트리트 무드가 가미된 발리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국적인 발리풍 패턴에서 해변의 여유로움과 위트가 느껴진다. 로고 캡과 탱크톱, 카고 팬츠, 러버 샌들을 더해 리얼웨이에서 스타일링하기에도 손색없다. 시원하면서도 자유분방함이 묻어나오는 룩으로 한여름의 활기를 전할 수 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