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사외칼럼

[기 고] 트럼프식 외교에 대한 대응법

입력 : 
2025-03-16 17:03:10

뉴스 요약쏙

AI 요약은 OpenAI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핵심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려면 기사 본문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정상회담은 생중계 중 통역 없이 진행되며 우크라이나의 외교적 참사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젤렌스키는 트럼프의 주권 평등 원칙에 대한 착각으로 협상에서 불리해졌으며, 과거의 자유주의적 시각이 통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향후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은 효과적인 카드와 트럼프식 세계관에 맞춰 논리를 수립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된다.

언어변경

글자크기 설정

트럼프는 善 대신 이익 관심
韓, 트럼프식 세계관 분석해
주고받기 할 카드 준비해야
사진설명
3·1절 당일 전 세계로 전파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그야말로 파격적이었고, 그 회담은 우크라이나의 외교적 참사로 결말이 났다. 회담이 이렇게 파국이 된 이유를 잘 짚어보고, 우리도 차후 정상회담을 할 때 이런 우를 범하지 않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형식적 측면에서 보면 젤렌스키는 의전적 준비에 너무 부주의했다. 그는 생중계되는 정상회담 기자회견을 통역 없이 영어를 사용하면서 50분간 여러 명의 미국 측 인사에게 둘러싸여 진행하는 무모함을 보였다. 비유하자면 젤렌스키는 복싱을 해야 할 판에서 격투기 링에 올라갔고, 또 복수의 상대와 설전을 벌였으니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좀 더 냉혹하게 평하자면 트럼프가 깔아놓은 리얼리티 쇼의 덫에 그가 걸려든 것이다.

내용적 측면에서 보면 그는 트럼프에게 제시할 여러 가지 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마 그는 광물협정 자체만 상납하면 트럼프가 다른 조건은 수용하리라고 낙관했을 수 있다. 그러나 종전을 만들어내려는 트럼프의 관점에서 그는 흥정을 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종전 조건에서 더 유연성을 보여야 했는데 그러지 않으니 트럼프가 미국 측 조건을 '받든지 깨든지' 하라고 후려친 것이다.

좀 더 거시적으로 보자면 젤렌스키는 트럼프에게 과거의 문법, 지나간 '시대의 서사(narrative)'를 가지고 설득하려 하다가 참사를 자초한 셈이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으니 러시아는 악의 세력이고, 이를 격퇴하려는 우크라이나는 선의 세력이라는 선악 이분법으로 트럼프를 설득하려 했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에게는 선악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떤 것이 미국에 이익이 되는지가 잣대가 된다. 강대국 정치의 관점을 가진 트럼프에게 자유주의적 관점을 들이댔으니 통할 리가 없다.

또한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가 불안해지면 유럽이 불안해지고, 이는 미국의 안보 불안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펼쳤다. 트럼프는 미국은 대서양으로 인해 유럽과 격리돼 있어 러시아가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관점을 갖고 있기에 그의 논리는 현실주의적인 트럼프에게 역효과를 초래했다. 사실 미국은 건국 초기부터 제1, 2차 세계대전 중에도 유럽과 얽히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지난 80년간 과도하게 해외 문제에 개입을 해 미국이 약화됐다고 보는 것이 트럼프의 시각이다. 자유주의 진영의 '안보는 한 묶음'이라는 과거의 서사는 트럼프에게 통하지 않는다.

젤렌스키는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주권 평등 원칙에서 동등한 협상 자격이 있다는 착각을 했다. 트럼프는 국가 간에도 위계질서가 있으며 약한 국가는 강한 국가의 말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권 평등의 자유주의적 시대는 끝나고 약육강식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트럼프는 분명히 했다.

우리도 조만간 한미정상회담을 해야 할 것이다. 이때 뭔가 카드를 가지고 미국과 거래를 해야 한다. 우리 논리를 제시할 때도 트럼프식 세계관에 맞춰서 해야 한다. 또 우리가 낼 비용은 내고 해야 할 역할은 해야 한다. 그래야 큰 수모를 당하지 않을 것이다.

[이백순 율촌 고문·전 호주대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