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지털화폐 적극 권장
달러 패권에 도전장 내밀자
트럼프, 달러와 가치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 띄워 맞대응
한국도 규정 명확하게 세워
뒤처지지 않도록 대비 시급
달러 패권에 도전장 내밀자
트럼프, 달러와 가치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 띄워 맞대응
한국도 규정 명확하게 세워
뒤처지지 않도록 대비 시급

디지털자산은 다양한 용어가 비슷한 의미로 혼재돼 있는데, 미국에서는 '암호'라는 단어가 중심에 있다. 이 존재가 블록체인에 '암호화' 기술을 사용해 창출된 디지털 거래 수단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법률 등 공식적인 문건에서 가상자산으로 표현되는데, '가상'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가짜의 느낌 때문에 중립적인 용어는 아닌 것 같다.
용어에서부터 느껴지는 정부의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2017년에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간의 관심이 들끓었고, 급기야 그해 말에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 등 일련의 조치들이 발표됐다. 그때 굳어진 부정적인 시각은 정권이 바뀌고 조각 투자·토큰 증권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다소 풀리긴 했지만, 관련 산업을 크게 진흥시킬 만큼 전향적으로 바뀌진 않았다. 디지털자산 거래만 세계적인 수준으로 활발할 뿐이다.
국내는 이러한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는 미국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낼 필요가 있다. 핵심은 이것이 달러패권을 수성하려는 목적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미국의 힘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달러와 달러를 중심으로 한 국제 결제망(SWIFT)에서 나온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 달러의 위상이 여러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도전받고 있다.
우선 SWIFT가 미국의 이해에 따라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는 나라들이 뭉치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SWIFT에서 배제된 러시아나 미국과 오랜 적대 관계에 있는 이란이 대표적이지만 미국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독재 국가들에서도 달러의 힘을 빼는 데 관심이 크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다. 중국은 경제 규모가 미국에 필적하고 대미 무역흑자로 한때는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했지만, 꾸준히 보유량을 줄이는 한편 위안화를 결제 수단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해왔다.
중국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가장 적극적인 것 또한 달러패권에 중요한 변수다. 중국이 디지털화폐의 영향력 강화를 바라는 것도 있겠지만, 국제 결제 시스템에서 CBDC 간 결제로 SWIFT를 우회하고 궁극적으로 SWIFT를 배제하는 구도를 그리는 것이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CBDC 결제의 원칙적 금지가 포함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트럼프가 제시한 대안은 디지털자산을 이용한 국제 결제와 특히 달러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의 확대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통화의 가치에 연동되는 디지털자산이다. 트럼프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규정을 명확하게 해서 전 세계가 안심하고 거래하고 자산으로 축적할 비전을 띄웠다. 트럼프가 달러패권을 지키고자 달러가 계속 소용될 수단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편으로는 유럽이나 미국처럼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규정을 명확하게 해서 안전한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 확대되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CBDC에 대한 국제적 움직임을 따라가며 유연하게 입장을 정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하루하루 우리나라만 실기하고 있는 것 같은 조바심이 들지만 준비됐을 때 바로 뛸 수 있으면 좋겠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경제사회연구원 경제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