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매경칼럼

[필동정담] 알래스카의 하얀 코끼리

박만원 기자
입력 : 
2025-05-01 16:50:27
수정 : 
2025-05-01 16:58:23

뉴스 요약쏙

AI 요약은 OpenAI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핵심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려면 기사 본문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백악관이 11월 2일 알래스카에서 LNG 서밋을 개최하며, 한국과 일본의 투자 서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알래스카의 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는 높은 유지 비용과 환경 규제, 정치 리스크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사업은 큰 비용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거의 없는 '하얀 코끼리'와 같은 프로젝트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언어변경

글자크기 설정

백악관이 다음달 2일 알래스카에서 LNG 서밋을 개최한다. 주된 초청 대상은 한국과 일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에 두 나라의 투자 서약을 받아내는 게 목적이다. 연초 트럼프가 한국의 참여를 언급한 뒤 미국은 집요하게 이 사업에 한국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지난주 관세 협상을 위해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 협의'에서도 알래스카 프로젝트가 거론됐다.

미국이 자국 석유메이저들을 놔두고 한국에 알래스카 투자를 채근하는 이유는 뻔하다. 돈이 안 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알래스카는 천연가스, 석유 등 지하자원의 보고로 유명하다. 천연가스는 최대 300조입방피트, 현재 시세로 약 1000조원어치가 묻혀 있다는 평가도 있다. 빛 좋은 개살구다. 개발이 어려워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스전이 혹한의 북극권 인근에 있어 인프라 건설·유지 비용이 미국 본토의 2~3배에 달한다. 북부의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하는 설비, 해안지대로 이송하는 파이프라인, 이를 다시 액화하는 플랜트, 한국 등지로 수출하기 위한 항만 터미널 등을 갖추려면 최소 440억달러(약 63조원)가 소요된다. 셰일가스 붐 이후 미국 본토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와 비교할 때 알래스카 LNG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찌어찌 개발한다 해도 환경 규제와 정치 리스크를 피할 수 없다. 개발 대상지에는 야생동물 보호구역과 북극해 대륙붕 등 환경적으로 민감한 지역이 포함돼 있다. 개발에 부정적인 민주당이 집권하기라도 한다면 사업이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알래스카 천연가스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너무 비싼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와 같다. 유지·관리 비용에 비해 이익이 거의 없는 프로젝트라는 의미다. 정부는 알래스카에서 석유메이저들이 개발하려다 포기하거나 생산을 중단한 사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관세 압박을 모면하려고 덜컥 투자했다 배보다 배꼽이 큰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박만원 논설위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