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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영하 20도 날씨보다 더 추운… [편집장 레터]

김소연 기자
입력 : 
2025-01-12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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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가 한국에 들어온다는 소식에 현대차가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아무래도 전기차는 BYD가 품질도 괜찮은 데다 가격경쟁력까지 있을 테니….”

“BYD 전기차가 과연 한국에서 팔릴까?”라는 질문에 나온 대답입니다.

BYD뿐입니까. 중국 알리바바그룹 계열 알리익스프레스는 신세계그룹 G마켓과 합작사를 세우고 한국 시장을 공략합니다. G마켓이 보유한 60만 판매자를 지렛대 삼아 한국 시장점유율을 대폭 늘려보겠다는 심산이죠. 실제 G마켓이랑 합쳐지면 한국인의 알리에 대한 거부감이 살짝 옅어지지 않을까라는 전망이 대세입니다.

중국 기업이 새해 들어 한국 시장을 겨냥해 파상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자동차·IT·가전·소비재 등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난리입니다.

1월 7일부터 10일까지 열린 ‘CES 2025’에서도 한국 기업을 정조준한 중국 기업의 공세가 대단합니다. 올해 CES에 중국 기업은 지난해보다 235곳이 더 늘어난 1339곳이 참여했죠(한국 기업 1031곳). 전체 참가 기업의 무려 30%를 차지한다네요. 트럼프 2기를 맞아 미중 갈등 국면이 더욱 심화한 상황에서 각종 규제에 비자 발급이 거부되는 어려움을 딛고 일궈낸 놀라운 결과물입니다.

부스 위치부터 도발적입니다. 삼성전자 부스 바로 옆에 LG전자를 물리치고 TV 판매량 3위 자리를 차지한 TCL 부스가 자리를 잡았고, LG전자 부스 뒤로는 또 다른 전자 업체 창홍이 ‘AI 홈’을 내세우며 부스를 세웠죠. SK그룹 통합 부스 옆은 삼성전자에 이어 TV 판매량 2위에 오른 하이센스가 차지했고요. 하이센스 역시 삼성, LG전자와 똑같이 ‘AI 유어 라이프’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습니다. CES 2025에 참석해 중국 기업 전시장을 둘러본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그동안 중국 위협을 인식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면 이제는 대응을 위한 실행으로 옮길 단계가 됐다고 느꼈다”며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레드테크’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중국의 최첨단 기술’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미국의 중국 제재가 본격화한 후 이를 되레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기회로 삼겠다며 기술 개발에 힘을 쏟은 결과죠. 결과적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은 이미 중국 천하가 됐습니다.

2019년 화웨이의 5G(5세대) 통신장비 제재에서 출발한 미국의 전방위적인 규제가 중국의 ‘테크 독립’을 자극했다는 분석입니다. AI 선두 업체인 화웨이, 바이두, 텐센트의 2023년 연구개발(R&D) 투자액 합계는 2496억위안(약 47조5000억원)으로 삼성전자, LG전자, 네이버의 합산 투자액(34조원)을 압도합니다.

대규모 투자액과 그렇게 일궈낸 기술력을 바탕으로 부쩍 자신감을 얻은 중국 기업이 내수 침체에 직면한 중국 시장과 뚫기 힘든 미국 시장 대신 한국 시장에서 새롭게 승부수를 던져보겠다는 심산일까요? 체감 온도 영하 20도의 날씨보다 더 매섭게 추운 중국의 한국 시장 공략입니다(p.50~54).

[김소연 편집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3호 (2025.01.15~2025.01.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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