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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악당 트럼프의 과학적 결단 … 플라스틱 빨대가 돌아왔다 [Science in Biz]

입력 : 
2025-03-26 1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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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입성 후 100건 이상의 행정 조치를 발동하며, 종이 빨대 퇴출을 포함한 플라스틱 빨대 사용 촉진을 명령했다.

트럼프는 종이 빨대를 성능이 떨어지고 인체에 위험할 수 있다고 비판하며 플라스틱으로의 회귀를 주장했으며, 이는 환경 규제의 이념보다 권력이 우선한다는 점을 드러냈다.

한편, 한국에서도 환경부가 일회용 플라스틱 컵 및 비닐봉지 사용 규제를 시행하며 종이 빨대의 사용도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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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선언 후 脫플라스틱 속도
플라스틱 빨대 '악의 축' 전락
트럼프 취임후 ESG 철회하며
종이빨대 퇴출 행정명령 서명
물에 젖는 종이, 빨대 부적합
자원 사용량·탄소배출도 많아
무조건적 친환경 도그마 안돼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 상점에서 판매한 플라스틱 '트럼프' 빨대. 10개들이 한 팩에 15달러로 판매됐다.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 상점에서 판매한 플라스틱 '트럼프' 빨대. 10개들이 한 팩에 15달러로 판매됐다.


백악관에 재입성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즉시 100건이 넘는 행정 조치를 발동했다. 대다수는 관세전쟁 관련이지만 지난 2월 10일 종이 빨대를 퇴출하는 것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평소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는 성공 가망 없는 탁상공론일 뿐이라고 생각해온 필자는 인간이 만든 최악의 발명품인 종이 빨대의 퇴장과 플라스틱 빨대의 부활을 살펴봤다.

1980년대 말부터 그린피스를 위시해 많은 환경단체의 플라스틱에 대한 공격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환경과 개발에 관한 유엔 회의'에서는 지구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리우 선언'이 채택되고 세계 각국의 플라스틱 유해성 문제가 크게 대두됐다. 2002년에는 세계 최초로 방글라데시가 국가 정책으로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했다. 한편 2015년 코스타리카 해안에서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 고통스러워하는 바다거북이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 전 세계 6000만명이 보는 등 파장이 커지자 미국 시애틀시가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했고 스타벅스, 아메리카항공 등 다국적 기업도 속속 동참했다. 그리고 플라스틱 빨대는 그야말로 환경을 파괴하는 악의 축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2018년에는 유엔이 '세계 환경의 날' 주제로 'Beat Plastic Pollution(플라스틱 오염의 종말)'을 채택했고, 플라스틱 규제 논의가 심각하게 진행됐다.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열풍이 맹렬했던 2020년 초반 스타벅스는 종이 빨대를 매장에 비치하고 썩지 않는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해 환경보호에 앞장서서 기여했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했다. 2021년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도 대표적인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 방안으로 플라스틱 빨대를 퇴출하며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 축소에 앞장섰다. 이때부터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을 퇴출하는 '친환경'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트럼프의 행보는 달랐다. "종이 빨대는 녹는다. 정말 끔찍하다"며 2019년 재선 선거운동 때도 자신의 이름을 새긴 빨간색 플라스틱 빨대를 선거 캠페인 도구로 사용하면서 '빨대를 다시 위대하게'라는 선거 구호를 사용했다.

2025년 1월 재취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대통령의 ESG 정책을 철회하며 파리기후협약을 재탈퇴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플라스틱으로 회귀(back to plastic)'를 주창하며 연방정부의 종이 빨대 구매를 중단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의 이러한 결정은 종이 빨대가 성능이 떨어지고 인체에 위험할 수 있는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플라스틱 빨대보다 생산 비용이 더 든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부가 2018년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전국적으로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규제, 마트·백화점·슈퍼마켓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 규제 정책을 시행하게 된다. 그리고 외식업계에 분 종이 빨대 바람의 영향으로 2022년 환경부도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규제하는 한시적 정책을 내놨다.

과학적으로 접근해 보면 나무 펄프로 만든 종이의 '건조 강도(Dry strength)'는 제법 우수하나 '습윤 강도(Wet strength)'는 열악해서 물에 젖는 용도의 물건을 만들기에 종이는 매우 부적합하다. 그리고 '전 과정 평가(Life cycle assessment)'에 따르면 종이 봉지는 플라스틱 봉지보다 제조 때 물 사용량이 26배,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1.6배, 재활용 시 필요한 에너지는 85배라고 보고되고 있다. 한편, 종이 빨대와 플라스틱 빨대를 비교한 2024년 환경부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생산부터 폐기 과정까지 종이 빨대가 이산화탄소 배출은 4.6배, 토양 산성화 정도는 2배, 부영양화 물질 배출은 4만4000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종이 빨대가 물에 젖는 것을 막기 위해 코팅하는 데 각종 화학물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학적 팩트를 오랜 세월 동안 수없이 전파해온 필자는 '무조건 종이 빨대를 써야 한다'는 '친환경 도그마'에 빠져서 플라스틱 자체를 악마화한 '막무가내식 친환경주의자'들의 논리에 대응 부족과 나 자신의 무기력함에 서글펐다. 그런데 '기후 악당'이라는 악역도 자처하는 '마이웨이' 트럼프는 간단한 행정명령으로 모든 논란을 종식하며 종이 빨대를 퇴출하고 플라스틱 빨대를 복귀시켰다. 한마디로 과학보다는 이데올로기와 권력이 더 세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하지만 필자는 트럼프에게 고맙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빨대는 하찮아 보여도 석유화학의 뿌리이자 자존감이며, 플라스틱 빨대의 부활은 석유화학 시대가 다시 돌아오고 있음을 알리는 상징적 신호이기 때문이다.

환경을 염려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만 "무엇에서 출발해 어떻게 생산되고 어떻게 사용되다 어떻게 폐기되는가"라는 전체 과정을 놓고 플라스틱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야 할 것이다.



사진설명
[배진영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왼쪽),라병호 '배진영 교수' 유튜브 채널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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