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가 최근 글로벌 디지털 악보 플랫폼 운영사 엠피에이지(MPAG)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번 인수는 단순한 인수합병(M&A)이 아니라 두나무가 블록체인, 인공지능(AI) 기반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이전 하이브와 합작사 설립 후 음악 콘텐츠 산업을 강화하는 모양새로 읽을 수도 있다.
엠피에이지는 국내외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 악보 플랫폼 기업이다. 회사는 이루마 등 유명 아티스트 포함, 전 세계 1만명 이상 음악 크리에이터와 400만명 이상 사용자를 자랑한다. 20개 언어와 50개 이상 현지 통화 결제도 지원한다. AI 기반 음정 인식 기술과 악보 변환 기술을 보유한 엠피에이지는 이번 자회사 편입으로 두나무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전망이다.

엠피에이지 어떤 회사?
유저 400만…70%가 외국인
엠피에이지는 2015년 정인서 대표가 창업한 음악테크 스타트업이다. 전신은 페이스북 페이지 ‘피아노 치는 남자들’이었다. 말 그대로 비전공자끼리 피아노 치는 모습을 올리는 소셜미디어(SNS) 동호회였다. 그런데 순식간에 30만명 이상 가입자가 늘어났다. 피아노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싶은 비전공자가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그런 가운데 멋진 편곡, 일명 커버곡 악보를 공유해달라는 요청이 내부에서 많았다. 이를 주고받는 플랫폼을 만들면 어떨까 해서 만든 커뮤니티 사이트가 ‘마피아(마음만은 피아니스트)’다.
창업 초기엔 한국어로만 운영했는데 자꾸 해외 접속자가 늘었다. 정 대표는 “생각해보니 악보야말로 특정 국가 언어가 필요 없는 진정한 글로벌 언어라는 생각이 스쳤다”며 “다만 거래를 위해서는 다양한 언어 지원을 하는 플랫폼을 갖춰야 한다는 전략으로 사업을 확장시켰다”라고 소개했다.
현재는 ‘마이뮤직시트(MyMusicSheet, 글로벌)’ ‘마음만은 피아니스트(마피아, 한국)’ ‘코코로와 뮤지션(일본)’ 등 3개의 글로벌 디지털 악보 플랫폼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음악 크리에이터와 사용자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발표된 실적에 따르면 엠피에이지의 2024년 연간 판매액은 전년 대비 38% 증가한 47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70%에 달할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도 크다. 정인서 대표는 “악보 한 개당 3달러 이상, 한 달 기준 약 10만개 악보가 거래되고 있다”라며 “지난해 영업이익 6억원을 기록, 2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엠피에이지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는 여럿이다. 이 중 프로 음악인의 참여가 큰 힘이 됐다. 유명 작곡가 이루마는 2019년 신곡 ‘녹터널 마인드’를 전 세계 음원 사이트를 통해서 동시 발매하기 전에 악보 플랫폼 마피아를 통해 악보를 선공개하며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지금은 글로벌 유튜브 계정 구독자 수 255만명을 자랑하는 ‘에디(EddievanderMeer)’, 226만명의 구독자를 이끌고 있는 ‘애니맨즈(Animenzzz)’, ‘카나카나 패밀리(CANACANAfamily, 구독자 수 170만명)’, ‘피아넬라(Pianella, 구독자 수 145만명)’ 등 유명 아티스트는 물론 다양한 작곡가와 뮤지션이 직접 최신 가요와 OST, 자작곡 등 다양한 장르의 악보를 판매하고 있다.
참고로 엠피에이지는 2024년 ‘마피아컴퍼니’에서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영문명 ‘MPAG’에는 ‘Music, Product, Global’ 등의 뜻을 녹여내 ‘음악에 기술을 더해 글로벌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든다’는 뜻을 담았다.


엠피에이지 경쟁력은?
AI 기술·글로벌 네트워크 발군
엠피에이지의 가장 큰 강점은 AI 기술 기반의 음악 분석, 악보 변환 기능이다. 기존 악보 시장은 불법 복제와 저작권 문제로 인해 디지털 전환이 더디게 진행됐다. 엠피에이지는 AI 기반 악보 변환, 음정 인식 기술을 개발해 연주자의 정확한 음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를 악보로 변환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는 종전 단순한 악보 판매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요소다. 엠피에이지는 이미 포스트팁스(Post-TIPS) 프로그램에 선정될 정도로 기술력과 시장성도 인정받았다. 참고로 포스트팁스는 중기부 대표 민관합동 창업 육성 프로그램인 팁스(TIPS) 졸업 기업 중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를 보유한 스타트업을 선별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엠피에이지는 향후 18개월간 최대 5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
합법적인 악보 유통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도 여타 플랫폼과 차별점이다.
정 대표는 “저작권의 경우 여러 저작권 단체와 협의, 음악 크리에이터에게는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를, 구매자에게는 원하는 악보에 대한 접근성을, 저작권자에게는 저작권 수익을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현재 1만명 이상 작곡가와 편곡가가 활동 중이며, K팝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해외 이용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두나무가 운영하는 블록체인 플랫폼과 엠피에이지의 음악 콘텐츠가 결합될 경우 음악 크리에이터를 위한 새로운 경제 모델이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정 대표는 “디지털 악보 시장을 웹툰이나 E-북 시장처럼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시키고 음악 크리에이터들에게 두나무와 협력, 더 많은 해외 진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점은 없나
진출 국가별 저작권 이슈 해소해야
엠피에이지가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크긴 하지만 나라마다 또 다른 저작권법이 있는 만큼 진출 국가가 늘어날수록 글로벌 저작권 이슈 해결이 필수적이다. 국가별 라이선스 계약을 확대하고 해당 국가 저작권 단체와 협업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둘째 AI 기술 고도화도 요구된다. 지금은 피아노 음악 중심의 AI 음정 인식 기술이 주력이다. 앞으로는 이를 더욱 정밀하게 고도화하고 기타, 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두나무와 협력하는 부분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악보 유통 모델을 시장에서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디지털 음원 시장처럼 악보도 NFT(대체불가능토큰) 등 다양한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정당한 저작권 보호, 거래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정 대표는 “창업가는 도전하는 사람이다. 엠피에이지를 글로벌 음악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계속 도전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엠피에이지와 두나무 협력이 디지털 악보 시장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7호 (2025.02.19~2025.02.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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