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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이직…기업이 찾은 ‘Z세대 감별법’ [경영전략노트]

반진욱 기자
입력 : 
2025-01-31 14:39:55
수정 : 
2025-02-13 11: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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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핏’ ‘모티베이션핏’ 채용 대세라는데…

지난해까지, 한국 채용 시장 트렌드는 ‘잡핏(Job fit, 직무 적합성)’이 대세였다. 채용 즉시 투입이 가능한 인력을 뽑기 위해 실력이 검증되고, 직무에 애정도가 높은 지원자의 인기가 높았다.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직무 적합도 대신, 조직 문화 적합도(컬처핏)와 동기 적합도(모티베이션핏)를 보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유는 간단하다. 2000년대생, Z세대의 사회 진출이 본격화된 덕분이다. Z세대는 기성세대와 가치관이 확연히 다르다. 회사 분위기가 본인과 맞지 않으면 적응 대신 이직을 택한다. 또한, 본인의 경력에 도움이 되는 직책을 선호한다. 윗선에서 시키면 하는 대로 따르는 세대가 아니다. 회사를 나가지 않더라도 ‘적당히’ 돈만 받고 일하는 악성 인력으로 전락하는 사례도 적잖다.

대응책으로 회사들은 ‘컬처핏’과 ‘모티베이션핏’ 채용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기업 조직 문화와 결이 잘 맞고, 회사에서 오래 일하며 경력 개발을 원하는 인재 채용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단순히 일만 잘하기보다는 조직에 잘 녹아드는 인재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단순히 일만 잘하기보다는 조직에 잘 녹아드는 인재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컬처핏·모티베이션핏이 뭐길래

조직에 잘 녹아드는 인재 선호한다

컬처핏(Culture fit)은 직무 적합성보다 문화 적합성으로 인재를 뽑는 고용 정책이다. 쉽게 말해, 일 잘하는 직원보다는, 조직에 쉽게 녹아드는 직원을 뽑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좋은 인재를 뽑는 것뿐 아니라 기업의 조직 문화와 지원자가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지 살핀 후 채용하는 방법이다. 컬처핏이 잘 맞는 인재일수록 빠른 적응과 장기 근속 확률이 높아진다.

과거에는 직무 능력 척도인 직무 적합성을 중요하게 봤다. 그러나 직장 분위기와 기업 문화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가 등장하면서 방향이 바뀌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문화 적합도’를 중시하는 문화가 생겨났다. 회사가 안 맞아도 버티던 기성세대와 달리, Z세대는 조직 문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퇴사한다. 실제로 채용 플랫폼 잡코리아가 중소기업 671개사의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신입사원 중 1년 이내에 퇴사한 직원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 87.5%가 “있다”고 답했다.

입사 후 1년 이내 퇴사자가 늘면서, 회사 인사 담당자에겐 ‘오랫동안 일할’ 직원을 뽑는 게 주요 업무가 됐다. 회사에 빠르게 녹아들어 오랫동안 다닐 직원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HR 플랫폼 인크루트가 기업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49%는 “채용 시 컬처핏을 보고 있다”고 응답했다. 컬처핏을 본다고 답한 인사 담당자 중 90.9%는 “컬처핏이 직원의 퇴사율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문화 적합성이 채용의 ‘핵심 지표’로 자리 잡은 기업도 적잖다.

일례로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을 운영하는 ‘당근’은 채용 단계 마지막에 ‘컬처핏 인터뷰’를 진행한다. 당근이 추구하는 문화·일하는 방식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는 단계다. 당근 경영진이나 각 부문의 팀 리더와 함께 지원자가 서로 추구하는 가치관과 생각을 교환한다. 핀테크 업체 ‘토스’도 채용 마지막 절차가 문화 적합성 심사다. 토스가 일하는 방식과 가치관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다. 최종적으로 지원자가 토스가 원하는 인재상에 부합되는지 여부를 결정한다.

항공사 ‘에어프레미아’는 항공업계 최초로 컬처핏 면접을 도입했다. 지원자의 일하는 방식과 업무 스타일이 기업이 추구하는 문화에 적합한가를 심사한다.

올해 들어서는 컬처핏에 더해 ‘모티베이션핏(동기 적합성)’을 보는 게 추세가 됐다. 회사는 세대, 성별이 모두 다른 이들이 모여 있다. 구성원 각각이 가진 문화적, 사회적 배경이 차이가 난다. 문화 적합도 채용만으로는 조직에 필요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유도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들고나온 것이 ‘동기 적합성’ 채용이다.

동기 적합성은 지원자의 개인적인 열정과 동기가 직무·회사와 얼마나 잘 맞는지 판단하는 절차다. 업무에 대한 동기 부여가 확실하고 직무가 잘 맞는다고 느낄 때, 직원은 회사에 장기간 머무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높은 이직률로 인한 비용과 혼란을 줄인다.

이미 글로벌 기업에서는 동기 적합성 채용이 대세로 떠올랐다. 아마존, 구글, 사우스웨스트항공, 메타,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은 동기 적합성을 상당히 중요한 평가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 단순히 직원이 구글의 문화에 맞는지가 아니라, 직원이 구글의 미션과 목표에 내적으로 공감하고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직원들이 회사의 가치와 일치하는 동기와 열정을 확인하기 위해 행동 면접 기법을 사용한다. 지원자가 높게 동기 부여되어서 기본적인 직무를 뛰어넘을 수 있는 헌신과 강한 의지와 열정을 보이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채용 시 지원자가 넷플릭스만의 독특한 문화와 철학에 공감하고, 자율성과 책임을 통해 자신의 업무 동기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 평가한다. HR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 사례를 본 국내 기업들도 ‘동기 적합성’이 높은 직원을 뽑으려고 한다. 조직에 잘 녹아들면서 동시에, 회사와 함께 성장하려는 직원이 최근 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유형”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구글(위)과 사우스웨스트항공(아래)은 ‘모티베이션핏’에 맞는 인재를 채용한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룸버그)
구글(위)과 사우스웨스트항공(아래)은 ‘모티베이션핏’에 맞는 인재를 채용한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룸버그)

동기 적합성, 어떻게 측정하나

인터뷰·롤플레잉 면접으로 판단

다만, 모든 이가 이런 변화를 반기는 건 아니다. 구직자들은 오히려 상당한 불편함을 호소한다. 과거 대세였던 공채나 직무 적합도 채용 방식은 취업을 위해 준비할 내용이 명확했다. 스펙을 만들고, 관련 업무 경험을 쌓으면 충분했다. 그러나 문화 적합도나 동기 적합도는 평가 요소에 대한 설명이 불분명하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하는 이가 적잖다.

HR 전문가들은 문화 적합도와 동기 적합도 확인을 위해 진행하는 인터뷰에 맞춰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지원자의 컬처핏과 모티베이션핏을 측정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가치 중심 질문을 던지고, 롤플레잉 면접을 통해 지원자 행동 방식을 평가하는 식이다.

가치 중심의 인터뷰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나온다.

“이 직무를 왜 선택했는가?”

“회사의 미션과 비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러한 질문을 통해, 지원자가 회사의 방향성과 얼마나 공감하는지 확인한다. 이 같은 질문에 대비해 회사 조직 문화를 미리 파악하고 현장에서 답변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박광현 인크루트 취업포털본부장은 “회사 문화와 업무 방식을 미리 파악하고 준비하면 수월하게 준비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가고자 하는 회사가 ‘구성원 간 수평적인 토론이 정착돼 업무를 시행하는 조직’이라면, 구직자는 평소 자신이 협업과 논의를 즐기면서 업무를 하는 것에서 동기 부여를 얻는다고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상의 시나리오를 제공하는 롤플레잉 면접 역시 활발히 쓰인다.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지원자가 어떻게 행동하고 결정하는지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지원자의 행동을 토대로 동기와 적합성을 간접적으로 파악한다. 이외에도 일부 기업에서는 성향 검사나 심리 테스트를 통해 지원자가 조직의 가치와 환경에 얼마나 잘 맞는지 분석하기도 한다. 체계적인 방안을 동원, 지원자의 ‘동기 적합도’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파헤치는 것이다.

인터뷰 | 박광원 인크루트 취업포털본부장
본인의 야망과 회사의 목표가 일치함을 보여라

현장에서 ‘모티베이션핏’ 채용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취업 준비생에겐 여전히 생소한 개념이다. 정확히 어떤 개념이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박광원 인크루트 취업포털본부장에게 직접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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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모티베이션핏이란 무엇인가.

A. ‘모티베이션핏’이란 지원자의 개인적인 동기 부여 요소가 조직의 목표, 문화, 일, 성과에 부합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직원 개개인이 행동에 나서는 동기가 자아실현인지, 업무적 성장인지 혹은 금전적 보상인지 등을 파악하고 조직의 목표와 부합하는 점을 찾는 방식이다. 과거 지원자와 직무 적합도를 맞췄던 ‘잡핏’, 기업의 문화와 구직자의 성향을 맞췄던 ‘컬처핏’에 이은 트렌드다. ‘모티베이션핏’은 구직자의 성향 중에서도 동기 부여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업무 수행 시 타인을 이끄는 것에 동기 부여를 얻는 직원이라면, 조직의 관리자 역할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Q. 이러한 HR 트렌드가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직원의 조기 퇴사를 막고 장기 근속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개개인 특성이 뚜렷한 MZ세대는 다른 조건보다 일하는 동기를 통한 자아실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구직자들도 모티베이션핏이 맞는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동시에 모티베이션핏은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새로운 일을 창조하는 것에서 동기 부여를 얻는 직원이라면, 신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팀이나 새롭게 사업에 뛰어든 기업에 잘 맞을 것이다. 이러한 직원들이 모인 회사라면 생산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의 채용 트렌드는 필요할 시기에 필요한 직군을 뽑는 ‘수시 채용’이다. 이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가장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의 선택이기도 하다. 이처럼 채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채용 시기뿐 아니라 가장 적합한 채용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이 모티베이션핏이 될 수 있다.

Q. 모티베이션핏이 채용 전형에 자리 잡는다면, 구직자 입장에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A. 인크루트가 지난해 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인사 담당자들은 구직자에게 회사의 조직 문화 등을 파악하기 위해 유튜브 등 회사가 운영 중인 SNS 채널을 둘러볼 것(29.4%)을 추천했다. 구직자들은 최근 회사들이 채용 브랜딩을 위해 활발히 운영 중인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일하는 방식과 조직이 중시하는 목표를 파악하고, 이를 자신의 특성과 맞출 필요가 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5호 (2025.02.05~2025.02.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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