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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묶이면 누가 전세 놓나”…‘3+3+3’ 법안에 전세매물 씨 마른다

정지성 기자
입력 : 
2025-10-18 11: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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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이 최대 9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전세 시장에 비상이 걸렸으며, 임대인들의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 매물 실종으로 인해 오히려 임차인들이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하며, 임대인들은 계약이 묶이는 것에 대한 우려로 매물을 회수하거나 월세로 전환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창민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로 임차인의 거주 안정성을 강조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입법이 임차인에게 오히려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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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최대 9년 거주 법안 발의에
임대인들 “전세 매물 실종 불가피”
전문가 “10·15 대책에 기름 붓기”
신혼부부 등 신규 임차인만 피해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1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가득해 보인다. <뉴시스>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1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가득해 보인다. <뉴시스>

임차인이 한 주택에서 최대 9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전세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임대인들 사이에서 “9년 동안 계약이 묶이면 누가 전세를 놓겠느냐”는 반발이 거세지고, 전문가들은 전세 매물 실종으로 오히려 임차인들이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의원 10인은 지난 2일 계약갱신청구권을 현행 1회에서 2회로 확대하고, 갱신 시 임대차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총 9년까지 늘리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는 이날 오후 기준 해당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수천 건 달렸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임대인들의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한 임대인은 “9년이면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해서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인데, 그 사이 집값이 오르든 떨어지든 손도 못 대고 있으라는 소리냐”며 “차라리 집을 팔거나 월세로 돌릴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임대인도 “2+2도 부담스러웠는데 3+3+3은 말이 안 된다”며 “이미 전세 내놓은 집주인들도 매물 회수하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현행 ‘2+2’ 계약갱신청구권 법 시행에 따라서도 이미 전세 물량의 축소와 신규 계약 시 보증금 상승이 나타난 바 있다”며 “‘3+3+3’으로 법이 바뀌면 신혼부부 등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는 임차인들이 전세 물량을 찾지 못하거나 고가 전·월세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15 부동산 대책으로 분양 아파트 등 수요가 높았던 지역의 전세 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는데 개정안까지 통과되면 임대차 시장의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9년 동안 계약이 묶이면 주택을 적당한 때 팔아 시세 차익을 보기 위해 시장에 뛰어드는 전세 임대인 대부분이 시장을 이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임차인들의 저렴하고 안정적 주거를 보장하자는 법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결과적으로 전세 공급 부족으로 정작 보호받아야 할 신규 임차인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임대인들은 9년 뒤 시세를 고려해 보증금을 무리하게 인상하거나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증액 상한이 5%로 제한돼 9년 동안 임대료 인상 폭은 최대 10.25%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법안 발의 소식이 알려진 뒤 전세 매물을 회수하거나 월세 전환을 문의하는 집주인들이 부쩍 늘었다”며 “이런 추세라면 전세 시장이 사실상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표발의자인 한창민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로 “임차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2019년 3.2년, 2021년 3년, 2023년 3.4년으로 임차인의 거주 안정성이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선의의 입법이 오히려 임차인에게 독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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