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소비자 비율 상위 10곳
전부 바이오·뷰티 기업에 몰려

서울 구로구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최윤석 원장(52)은 치과의사 플랫폼 ‘모어덴’을 애용하고 있다. 그는 “개원 준비, 치과 경영, 환자 응대, 의료법 등 병원 경영 시 겪는 현실적인 고민에 대해 의논할 수 있어 좋고, 치의학 관련 도서나 세미나 등 학술적인 지식을 얻을 수도 있어 유용하다”고 말했다.
모어덴은 2019년 설립된 메디테크 스타트업 인티그레이션(대표 정희범)이 운영한다. 인티그레이션의 플랫폼 서비스 중에는 한의사 대상 플랫폼 ‘메디스트림’, 치과위생사 플랫폼 ‘치즈톡’ 등도 있다. 전문직들이 이용하는 곳 답게, 올해 8월 인티그레이션의 서비스를 거래한 소비자 중 억대 연봉 비율은 83.3%에 달한다.
바이오·뷰티 기업 소비자들 중 유독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광범위한 고객층이 아니라 매출을 높이기 위한 고도화 전략으로 전문직 등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한 고객층을 선별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으로 진단하고 있다.
매일경제가 벤처투자정보 플랫폼 더브이씨와 함께 분석한 결과, 올해 8월 한 달 간 소비자 거래액 1억원 이상 기업들은 총 297곳이었는데, 억대 연봉 소비자 비율이 높은 상위 10곳이 모두 바이오 및 뷰티 관련 기업들이었다. 이들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들 중 연봉 1억원 이상은 모두 절반이 넘었고, 연봉 5000만원 미만 소비자 비율은 5%도 채 되지 않았다.
순위는 1위부터 차례대로 △티에네스(바이오·의료) △메디퓨처스(뷰티) △모티바코리아(뷰티) △진이어스(바이오·의료) △인티그레이션(바이오·의료) △엑소코바이오(뷰티) △메타센테라퓨틱스(바이오·의료) △데니어(바이오·의료) △베텍코리아(반려동물 약품·약물) △아이월드제약(바이오·의료)다.
1위를 기록한 티에네스(대표 장원건)는 2020년 설립돼 치과용 투명교정장치 브랜드 ‘세라핀(SERAFIN)’을 개발·판매한다. 교정장치, 교정촉진기 등 치과 임상 솔루션을 통해 맞춤형 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5년 설립된 신약·기능식품 전문 개발 기업 메타센테라퓨틱(대표 박명규)도 7위에 올랐다. 이 기업은 당독소 분해 및 배출 기술, 에너지 대사 활성화, 미네랄 전달 등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오메가3 제품, 미네랄 철분 보충제, 단백질·식이섬유 제품 등을 제조한다. 이곳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 중 억대 연봉 비율은 64.9%다.
이같은 현상은 올해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매일경제가 더브이씨를 통해 지난 2022년 12월 한달 간 소비자 데이터도 분석했는데, 당시에도 억대 연봉 소비자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 상위 5곳이 모두 바이오 기업이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업계에서는 바이오 및 뷰티 기업들이 특정 고객층만을 집중 공략하는 ‘핀셋 전략’을 잘 세워 사업을 전개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서비스 단가가 높은 데다가 돈이 많은 고객층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소비를 할 가능성이 커 억대 연봉을 받는 소비자들의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며 “해당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특별한 기술력을 가지고 소수 정예 고객을 대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바이오와 뷰티 기업에 투자사들의 투자금도 몰리고 있다. 더브이씨에 따르면, 2015년에는 5804억원의 투자만 이뤄졌지만, 2020년 2조1736억원, 2023년 3조7811억원, 지난해에는 5조6247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올해의 경우 9월까지 3조6026억원의 투자가 집행됐다.